3일 첫 방영한 SBS의 주말극 ‘화려한 시절’에서 사고뭉치 야간공고생 철진역을 맡은 류승범(21)에게 물었다.
괴짜다운 대답을 기대했는데 기자가 무안하리만큼 진지하다.
“아직 삶의 경험이 부족해 내 그릇 크기만큼의 연기밖엔 할 수 없네요.(엄숙)”
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다찌마와리’ ‘와이키키 브라더스’에서 ‘양아치’역을 실제상황처럼 해 낸 류승범은 첫 TV 출연인 이 드라마에서 비슷한 역할을 맡았다.
후줄근한 ‘추리닝’ 바지와 대충 걸쳐입은 ‘샤쓰’, 건들거리는 한쪽 다리. 저렇게 잘 어울리는 사람이 또 있을까 싶을만큼 그의 연기는 자연스럽다. 성인 잡지를 뒤적일 때의 능글맞은 웃음이며, 짝사랑하는 여선생님의 결혼에 쇳소리를 질러대는 모습이 단순히 ‘연기’로만 보이지 않는다.
“‘철진’과 저는 닮은 게 많아요. 몸가는대로, 느낌가는대로 했더니 ‘철진’이 나오더라고요. 연기의 비결이요? 무(無)비결이 비결이에요.”
그는 실제로 고교를 중퇴하고 이태원 나이트클럽에서 4년간 DJ를 한 적 있다. 그러나 그를 문제아로 보면 섣부른 편견.
그는 넘쳐나는 끼를 주체못하는 작곡가 지망생일 따름이었다고 한다. 그 혈기왕성함을 가누지 못할 때 형 류승완 감독이 옆에 있었고, 또 영화가 있었다. 그는 공식 자리에서는 형을 ‘감독님’이라 부르며 깎듯이 모신다.
“류 감독님이 저를 캐스팅한 것은 저를 좀더 따뜻한 세상으로 옮겨놓고 싶어했기 때문입니다.”
‘뜨고’ 싶은 마음에 너무 일찍 영화에서 TV로 옮긴 것은 아니냐는 우려를 전했다.
“영화와 TV는 연기 호흡과 제작방식이 크게 다르지만 ‘따뜻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라면 매체를 가리지 않을 겁니다.”
이종한 담당 PD는 그의 연기에 대해 “배역을 맡은 이후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악을 쓰며 ‘철진’역에 몰입한다”며 TV로의 성공적인 연착륙을 예견했다.
<김수경기자>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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