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경기 고양시 일산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기자가 먼저 악수를 청하자 초면이라 쑥스러운지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잡았다. 그것도 아주 살짝. 문득 그가 낯을 무척 가린다는 방송가의 말이 떠올랐다.
인터뷰에 들어가기 전 사진 촬영을 위해 몇가지 포즈를 부탁했다. 셔터 소리가 날 때마다 포즈를 바꿔달라고 했으나 한 포즈에 ‘찰칵’ 소리가 다섯 번 이상 나는데도 그는 ‘얼어’ 있었다. 》
-왜 그렇게 쑥스러워하세요?
“원래 사진 찍는 걸 잘 못해요. 아니, 찍히는 걸. 손동작 표정 시선 어느 하나 어색하지 않은 게 없어요.”
-그런데 연기는 어떻게 하세요?
“코미디는 편안한 마음으로 그냥 ‘놀면’ 돼요. 10년쯤 되니까 이젠 어느 부분에서 치고 빠져야 하는지가 보여요.”
-얼마전 드라마에서는 송윤아씨랑 불같은 연애도 하시대요.(웃음) 드라마 연기는 할만하던가요?
“처음에는 NG 무지 냈죠. 코미디는 호흡이 빨라요. 가령 충격적인 소식을 듣는 장면이 있다고 합시다. 코미디에서는 놀란 표정을 지어주면 바로 다음 컷으로 넘어가요. 드라마는 그렇지 않죠. 눈에 흥분과 놀라움을 가득 담아야 하고 얼굴 근육도 약간 씰룩거려야 하고…. 감정을 한동안 유지해야 해요.”
그는 이같은 설명과 함께 두가지 연기를 즉석에서 해보였으나 크게 달라보이지는 않았다. 그는 지난달 종영된 MBC 드라마 ‘반달곰 내사랑’에서 중학교 축구코치로 변신을 시도했으나 연기력이 다소 부족하다는 평을 받았다.
-연기력이 모자란데 드라마에 나오는 건 무리 아니냐는 말도 있는데….
“주변 반응에 크게 신경 안써요. 반응도 워낙 다양하고. 그냥 제가 출연한 방송을 혼자 모니터하면서 고칠 것을 고치는 게 전부예요.”
‘신경 안쓴다.’ 인터뷰 도중 처음으로 그가 한 ‘대담한’ 답변이었다.
-동료 연예인은 겹치기 출연에 열을 올리는데 항상 한 프로그램만 하시네요. 시트콤 시작하면서 ‘전파견문록’ MC도 그만두셨죠?
“이번 시트콤은 일주일에 3∼4일 촬영이 있어요. 나머지 시간엔 놀려고요(웃음).”
그는 나머지 시간에 골프에 몰두한다. 이미 여섯 차례나 미끄러졌는데도 여전히 프로테스트에 도전하고 있다.
-골프를 한단어로 표현하면 뭘까요?(한동안 단어를 고르는 듯 머뭇거리다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골프는 ‘중용(中庸)’입니다. 골프를 칠 때는 힘이 지나쳐도 모자라도 안되죠. 적당히 적극적이고 적당히 신중해야 합니다.”
-골프의 묘미가 뭐길래 그렇게 빠져드는 겁니까?
“골프는 인생과 많이 닮아 있어요. 끝없는 선택과 도전의 연속이죠. 14개 클럽중 어떤 것을 쓰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그 선택 속에 위기도 오고 기회도 오고. 인생도 그렇잖아요. 골프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워요.”
골프 얘기를 꺼내자 그의 수줍음이 금세 사라졌다. 박세리가 1998년 LPGA대회에서 바지를 걷어부치고 호수에 빠진 공을 쳐낼 때의 아슬아슬함, 프로테스트를 통해 깨달은 쓴 맛 등 받아적기에 빠듯할만큼 빠르게 말을 쏟아냈다. 그가 드라마나 시트콤 등 새로운 장르에 자꾸 나서는 것도 골프에서 ‘맛들인’ 도전에 대한 매력 때문이란다.
-미남도 아니고 카리스마가 있는 것도 아닌데 방송가에서 장수하는 이유가 뭔 것 같으세요.
“저 인기 없어요. 아니, 그걸 모르셨어요?(웃음) 잘은 모르지만 평범함이 주는 편안함 때문이겠죠. 개인적으로 인기에 욕심이 없어요”
-자신이 많은 가 봐요. 인기에 연연하지 않는다니.
“나 하나 믿고 가는 인생이니까요. 제가 잘 났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이건 누구나 마찬가지잖아요.”
<김수경기자>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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