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영화제]"영원한 것은 없다"… 영화 '삼사라'

  • 입력 2001년 11월 13일 15시 17분


'삼사라' 감독 판나린
'삼사라' 감독 판나린
"How can one prevent a drop of water from ever drying up?(물 한방울로 물이 마르는 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는가?)"

"By throwning it into the sea.(그것을 바다에 던짐으로써 막을 수 있다.)"

히말라야 산맥의 장엄한 경관을 배경으로 한 수도승의 영적인 탐구에 관한 영상이 아름다운 서사적 장편영화 '삼사라(Samsara·판나린 감독)'.

'삼사라'는 힌두교와 불교에서 '윤회'를 의미하는 말로, 이 영화에서는 주인공인 수도승 '타시'가 겪는 세속적 사랑과 종교적 신념사이에서의 갈등이 '영원한 것은 없다'라는 불교적 깨달음을 통해 해소되는 과정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세속의 사랑'과 '수도의 길'을 동등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판나린 감독에게는 두가지 모두가 '고행의 길'이었다.

3년 3개월 3주 3일의 정신수양을 위한 명상에 잠겨있던 '타시'가 수도원으로 돌아오면서 시작되는 이 영화는 '타시'가 농부의 딸 '페마(중리티 분)'와 사랑에 빠지면서 갈등이 시작된다.

▼줄거리▼

다섯 살 때부터 히말라야의 수도원에서 자란 '타시'는 마을의 농부의 딸인 '페마'에게 사랑을 느끼고 밤마다 그녀을 꿈꾸게 된다.

이를 알게된 스승 '아포'는 '타시'의 성적 호기심을 잠재우기 위해 한 노승을 소개해주고 '간접 경험(?)'을 하게 하지만 이미 성에 눈을 떠버린 타시는 결국 수도원을 떠나 페마를 찾아 마을로 내려가게 된다.

그녀를 향한 사랑을 주체할 수 없는 타시는 "세속의 것을 경험하지 않고서는 결코 포기할 수 없다"면서 페마와 결혼을 하게 되고, 이후 타시는 처음으로 일상의 끝없는 기쁨과 경이로움을 맛보게 된다.

페마와의 결혼으로 성적 쾌락을 경험하고 소유의 기쁨과 슬픔을 알게 된 타시는 도시로 나가 농작물을 팔아 돈을 벌기도 하면서 점차 세속에 적응해 간다.

그러던 어느날, 타시와 페마의 수확물이 화재로 모두 타버리면서 상실의 아픔과 함께 세속적인 삶이 그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더군다나 매력적인 한 여인과 또 다시 부정한 관계를 맺게 된 타시는 스스로에 대한 자책감에 빠지면서 세속에 대한 회의를 느끼게 된다.

▼관람 포인트▼

◀주인공 '타시'역의 한국인 숀 쿠

0…중리티와 멋진(?) 러브신과 함께, 수도승의 고뇌를 온 몸으로 표현한 주인공 '타시'역의 배우 '숀 쿠'가 한국인이라는 놀라운 사실.

이번 영화제 초청 외국작품 중 유일한 한국인 주연의 영화 '삼사라'의 숀 쿠는 현재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왕과나'등 뮤지컬에 출연했던 재미교포이며 한국에서 출생했다.

0…섹스 심벌로 알려진 여배우 '중리티'가 연기한 '페마'는 촌락 농부의 딸로 보기에는 다소 도시적 이미지가 강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능숙한 농사일 등 배우로서 노력의 흔적이 엿보인다.

0…'파라마운트' 영화사의 로고와 같은 멋진 눈덮인 산 위를 배회하던 커다란 독수리가 바닥의 큰 돌을 집어올린 후에 아래에 있던 양의 머리에 정확하게 떨어뜨리는 영화의 첫 장면.

티벳 지방의 큰 독수리들은 실제로 이런 방식으로 사냥을 하기도 하며 어린아이를 들어올릴 만큼 힘이 세기 때문에 양을 치는 사람들의 경계대상 제1호라고 한다.

0…한국에서도 개봉 예정인 '삼사라'는 종려시와 숀 쿠의 격정적인 러브신 때문에 '18세 이상 관람가' 정도의 등급이 될 듯. 주인공 타시가 바람을 피우게 되는 아름다운 인도풍의 여인과 가지는 러브신은 그 모양새가 상상(?)을 초월해 웃음이 날 정도.

▼감독▼

인도의 오지마을 아다탈라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미술과 디자인을 공부하고 20편이상의 단편과 애니메이션을 연출한 감독 '판 나린(PAN Nalin·프랑스 거주)의 첫 장편 '삼사라'.

판나린 감독은 한국 배우중 '섬'의 여주인공이자 TV드라마 '로펌'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서정씨를 가장 캐스팅하고 싶은 배우 1위로 꼽았다.

또한 감독은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을 가장 감명깊게 본 한국 영화라고 말했다.

최건일/동아닷컴 기자 gaegoo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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