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만나기 위해 17일 늦은 저녁 스튜디오 녹화가 한창인 MBC로 향했다. 분장실 문을 열자 소유진과 코디네이터를 비롯해 대여섯명의 또래 여성들이 김밥과 돈까스 등 먹거리를 테이블 가득히 펼쳐놓고 있었다. 인터뷰를 시작하려하자 그는 대답을 하는가 싶더니 자꾸 음식쪽으로 눈길을 돌린다.
“에이, 배고파서 안되겠다. 저거 먹고 해요.”
나무 젓가락이 보이지 않자 그는 박수를 치듯 손을 ‘탁탁’ 털며 맨손으로 충무김밥 하나를 집어들어 기자에게 건넸다. “손 아까 씻었어요.”
-드라마 세편 찍고 완전히 떠버렸네요.
“제가 막 TV 나왔을 때(지난해말) 마침 ‘엽기’나 ‘발랄’한 이미지가 막 뜨기 시작했어요. 그 덕분에 예쁘지도 않은 제가 이렇게 인기를 얻다니, 얼마나 황당해요. 으흐흐∼”(그의 웃음소리는 정말 걸걸하다.)
스스로 예쁘지 않다고 인정하는 여성 연예인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소유진은 의외로 쉽게 자신의 외모가 특별하지 않음을 인정했다.
-원래 성격도 이렇게 발랄해요?
“제가 얼마나 낯을 가리는데요. (기자가 웃어보이자) 어, 진짠데. 첫 인상이 차갑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친구도 고등학교(계원예고) 때 단짝 5명이 전부고요, 연예인 친구도 별로 없어요.”
-뜨고 나서 친구들이 변했다고 안 하던가요?
“변한게 있다면 밥값은 주로 제가 낸다는 거? 대신 이런 건 있어요. 제가 워낙 TV에서 웃고 까부는 역만 하니까 가만히 있으면 주위에서 ‘쯧쯧쯧, 뜨더니 변했어’라고 말할 때도 있어요. 하지만 저도 고독에 잠겨 있고 싶을 때가 있어요.”
그러나 인터뷰 도중 3초 간격으로 함박 웃음을 터뜨리는 그를 보고 있으면 ‘고독’과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처음 인기를 실감한 게 언제에요?
“6월에 한 중학생이 ‘연예계를 떠나라’며 협박편지를 보내왔어요. 솔직히 별로 안 놀랐어요. 제 사진에다가 막 칼질을 해놨는데, ‘야∼, 이거 만드느라고 힘들었겠다’ 뭐 그런 정도? 제가 원래 담이 좀 세요.”
문득 지난해 11월 SBS ‘최고를 찾아라’에서 박쥐 코브라 바퀴벌레 요리를 넙죽넙죽 잘도 받아먹던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드라마 속에서 유준상하고는 호흡이 잘 맞나요? 나이 차이가 큰 걸로 아는데….(유준상과 소유진은 극중에서처럼 ‘띠동갑’ 12살 차이다.)
“처음 상대역이 준상이 오빠라는 말을 들었을 때 ‘아이구, 남자 복도 지지리 없지’ 했어요.(웃음) KBS 드라마 ‘쿨’할 때도 상대역 본승(구본승)이 오빠가 28살이었지, 이번에는 한 술 더떠서 32살이라니…. 그런데 서로 편하게 지내서 사실 나이 차이를 거의 못느껴요.”
-하루에도 수많은 별들이 뜨고 지는 연예계에서 자신의 인기가 얼마나 갈 것 같아요?
“길어야 3년 정도? 사실 제 원래 꿈은 연기 지도하는 선생님이거든요. ‘인기’에 연연하면 삶이 불행해질 것 같아요.(인터뷰 시점은 공교롭게도 황수정의 히로뽕 투약 혐의 사건이 터진 직후였다.)”
그와 대화를 나누다보니 시간 가는줄 몰랐다. 그런 매력이 시청자들에게 어필하는 요소중 하나인 듯. 수첩을 닫으며 갈 채비를 하자 그녀가 옷자락을 잡는다.
“어? 벌써 끝났어요? 저기…. 가릴 건 가리고 써주세요. 호호호. 누가 들으면 나 진짜 ‘엽기’인줄 알겠다.(웃음)”
<김수경기자>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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