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거처 앞에는 항상 호기심 가득한 초 중 고생부터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까지 여러 사람들이 모여 있다. 김한석에게 아이스크림과 빵을 건네거나 “오빠 힘내세요”라며 응원하는 이들의 풍경은 마치 ‘인간 동물원’에 와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곳곳에 배치된 카메라는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24시간 찍는다. ‘스타가 되려고 모든 것을 벗었다’는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그는 왜 ‘만인의 구경거리’가 됐을까?
“제가 스타가 되겠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100일 동안 제한된 공간에 살면서 나를 시험해보고 싶었을 뿐입니다.”
‘슈퍼 TV∼’에서 ‘유리의 성’이 방영되는 시간은 25분 정도. 일주일 내내 촬영하기 때문에 TV로 보여지지 않는 부분이 훨씬 많다. 김한석이 밀려드는 사인 요청을 거절하자 한 여중생이 욕 세례를 하는가 하면 새벽 4경에 만취한 팬이 찾아와 행패를 부린 일들이 그런 사례.
김한석이 이 코너에 출연한 것은 9월말 ‘슈퍼TV∼’의 김석윤 PD로부터 “몸을 빌려달라”는 제안을 받으면서 부터. 1992년 MBC 특채로 데뷔한 그의 특징은 ‘빠른 말로 상황을 띄우는 분위기 메이커’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아직 스타급이라기엔 쑥스럽다고 말한다. 자칭 ‘B급 개그맨’이라는 그가 ‘유리의 성’을 선택한 이유는 ‘무언가 변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는 ‘유리의 성’에서 사는 동안 “사생활을 잃었으나 더 큰 것을 얻는다”고 말했다. 10년간 개그맨으로 끊임없이 소모했지만 ‘유리의 성’은 컴퓨터를 배우고 책을 읽으며 속을 채우는 마당이라는 것이다.
그는 “내년 ‘유리의 성’이 끝나면 집에서 24시간 푹 자고 어머니가 해주는 밥을 먹고 싶다”며 “사방이 사람들의 눈이어서 잠을 설치고 매일 먹는 도시락에도 이젠 질렸다”고 말했다.
<황태훈기자>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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