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의 금요일’이 아니냐고요? 아니, 14일 맞습니다. 12월 14일.
그 날은 세계적인 화제작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연말 한국 영화 최대 기대작인 ‘화산고’, 그리고 흥행을 노린 또 한 편의 조폭 소재의 코미디 ‘두사부일체’가 동시에 개봉하는 날입니다.
세 영화는 ‘융단 폭격’을 퍼붓는다는 마케팅 전략에 따라 극장을 ‘싹쓸었습니다’. ‘해리 포터’가 전국에서 약 160개(!), ‘화산고’가 200개(!), ‘두사부일체’가 140개(!)의 상영관을 확보했다는군요. 여기에 현재 210여개 스크린에서 상영 중인 ‘달마야 놀자’도 최소 100개 상영관을 계속 유지하겠답니다.
결국 전국의 총 스크린 700여개 중에서 85%가 넘는 600여개를 4편의 영화가 차지하는 셈이죠.
극장난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올 12월은 사상 최악이라는 비명이 여기저기서 들려옵니다. 이런 상황인 만큼 ‘작은’ 영화들은 14일을 피해 개봉 날짜를 조절하느라 바빴답니다.
그런데 최근 ‘화산고’측이 갑자기 개봉일을 8일로 앞당겼지요. 이유요? ‘화산고’측은 “선제 공격”이라고 주장하고, 충무로 일각에서는 ‘화산고’가 ‘해리 포터’와의 맞대결을 피했다고 하더군요. ^^;
어쨌건 ‘화산고’의 개봉일 변경으로 극장가와 충무로는 또 난리가 났습니다. 현재 상영중인 ‘흑수선’측의 표정은 ‘흙빛’이 될 듯 싶군요. ‘흑수선’과 ‘화산고’를 함께 배급하는 시네마서비스측은 ‘화산고’ 개봉 때 ‘흑수선’의 상영관을 최소 30% 가량 줄인답니다.
현재 흥행 1위인 ‘달마야 놀자’도 14일까지 느긋하게 관객몰이를 계속하려던 전략에 빨간불이 켜졌다며 불만이고요.
가장 큰 피해자는 역시 ‘화산고’와 같이 개봉하게 된 6편의 영화들이죠. 이 중 ‘잉글리시 브라이드’와 ‘파라다이스 빌라’는 ‘화산고’의 개봉이 당초 7일에서 14일로 옮겨졌다는 소문을 듣고 이를 피해 개봉일을 한차례 바꾸는 소동을 벌였는데, 결국은 같이 개봉하게 되자 허탈해 하고 있더군요.
반면 직배사 영화인 ‘아메리칸 파이2’는 한시름 놨습니다. 7일에 개봉하려다가 아무래도 ‘화산고’가 앞당겨질 것 같다는 첩보(?)에 따라 일찌감치 개봉일을 이달 30일로 확정했기 때문이죠. 음, ‘눈치 작전’은 수험생들만 하는 건 줄 알았는데…. --;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