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내노라하는 ‘고수’(高手)들의 등장으로 치열한 패권 싸움이 벌어진다는 것. ‘소공’(笑功)과 ‘조폭공’(組暴功)의 초식을 결합한 국내파 고수(신라의 달밤, 엽기적인 그녀, 조폭 마누라, 달마야 놀자)에 눌렸던 해외 무림계의 도전이다.
이웃 ‘할리우드 무림’의 ‘맹주’를 자처해온 ‘디즈니파’는 인간이 필요없는 신공(神功)의 제작 방식 ‘3D’의 재미를 고조시킨 ‘몬스터 주식회사’(12월21일 개봉)를 내세운다. 호시탐탐 패권을 노려온 ‘워너’파도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12월14일)를 등장시킨다. ‘해리…’는 ‘환상공’(幻想功·환타지)’과 이미 ‘출판 무림계’를 장악한 공력을 앞세워 패권 장악을 호언장담하고 있다.
이같은 해외 무림 고수들의 파고가 높아만 가는 12월, 국내 무림을 지킬 고수는 있는가? 충무로는 그 고수로 12월7일 개봉하는 학원무협영화 ‘화산고’(火山高)를 기대주로 손꼽고 있다. ‘화산고’의 주인공은 장혁(26).
‘짱’ ‘공중화장실’ 등 영화 출연 경력이 2편인 그에게 국내 무림의 건재를 ‘부탁’해도 좋을까?
이 작품은 학원과 무협(武俠) 요소를 결합한 장르적 도전, 마케팅 비용을 뺀 순수제작비 48억원, 11개월의 촬영기간, 컴퓨터그래픽이 없으면 불가능한 영화적 구성 등으로 한국영화의 기대주로 꼽혀왔다.
하지만 정작 장혁은 KBS 드라마 ‘학교’와 휴대폰 CF 등에서 보여준 ‘성난 눈빛’만으로 기억된다. 여기에 지난해 ‘T.J’(Team+장혁)라는 이름으로 자신이 직접 랩을 구사한 뮤직비디오 ‘헤이 걸’(Hey Girl)의 이미지가 겹쳐진다. 대신 그가 출연한 2편의 영화는 팬들의 기억에서 희미하다.
그의 좀 길고 우회적인 대답은 이렇다.
“언젠가 (차)승재형이랑 영화 한편 같이 하자고 약속했는 데 복싱 영화 ‘허리케인 조’였습니다. 지난해 4개월간 도장에서 다니면서 복싱 기본기를 연습하며 땀을 쏟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받은 시나리오는 뜬금없이 ‘화산고’였어요. 아무리 시나리오를 읽어도 복싱 장면은 없고 허공에서 장풍만 날리게 돼 있었습니다(웃음). 다시 작품에 맞춰 몸만들기에 들어갔죠.”
연출자인 김태균 감독은 “장혁은 대중적 이미지와 달리 열정과 성실함으로 뭉쳐진 ‘곰’같은 ‘놈’”이라고 말했다.
영화는 화산고라는 이름의 학교를 배경으로 천하를 얻는다는 전설인 담긴 무림비서를 둘러싼 고수(高手)들의 대결과 사랑, 웃음을 담았다. 우연하게 벼락을 맞아 뛰어난 내공을 지니게 된 경수가 고수들이 웅크리고 있는 화산고로 전학해 학교는 물론 세상를 장악하려는 역도부 주장 ‘무정마도’ 장량(김수로) 등과 대결을 펼치게 된다.
장혁은 “‘화산고’는 논리적인 눈으로 보면 황당할 수 있지만 한국 영화에서 보지 못한 장점이 있다”며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재미있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수 장혁’은 어떤가?
그는 “뮤직비디오 ‘헤이 걸’은 가수 데뷔가 아니라 배우로서 다양한 캐릭터를 보여주기 위해 찍었던 작품”며 “영화는 몰라도 가수로 업(業)을 택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그에게는 8월 ‘정글 쥬스’(2002년 개봉)를 찍으면서 데뷔이후 처음으로 ‘배우의 의자’가 생겼다. ‘화산고’ 때는 주연이지만 촬영 현장에는 그의 의자가 없었고, 따라서 ‘특별대우’도 없었다. 의자에 ‘열정·개척·장혁’이라고 썼다.
“주연이기 때문에 의자를 받은 게 아니라 ‘내공’을 쌓아 당연히 의자에 앉을 자격이 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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