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영화계 투명한 돈 들어온다

  • 입력 2001년 11월 29일 18시 58분


투기성 단기 자금인 ‘핫 머니’가 쏟아졌던 영화계에 자본의 안정화 및 투명화의 발판이 마련되고 있다.

강우석 감독이 대주주인 시네마서비스는 28일 하나은행과 ‘하나 시네마 투자 신탁 1호’를 12월 중에 개설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하나은행이 고객으로부터 유치한 돈(최대 100억원)을 시네마서비스가 제작 투자하는 영화에 쏟아 여기서 생긴 수익을 배당금 형태로 고객에게 돌려주는 상품. 배당금은 원금의 0.5%∼19.2%이며 원금은 전액 보장된다. KTB네트워크 등 창투사 외에 시중 은행의 영화계 투자는 이번이 처음이다.

또 CJ엔터테인먼트는 같은날 영화사로는 처음으로 코스닥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조건부 승인’을 받았으나 완전 통과에는 무리가 없다는 게 코스닥위원회의 설명. 이로써 CJ엔터테인먼트는 늦어도 내년 2월 코스닥에서 일반 투자자의 돈을 영화 자본으로 유치할 수 있게 됐다.

영화계는 이 두 ‘사건’이 인맥과 즉흥적 운영에 익숙한 충무로 영화 자본에 큰 자극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시네마서비스의 경우, 영화 산업에 다소 인색하던 시중 은행이 영화를 ‘돈 되는 장사’로 공식 인정한 점이 의미가 크다. 그동안 영화 자본의 70% 이상을 충당해온 투신사 등 제2금융권의 돈은 언제든 빠져나갈 수 있는 ‘게릴라’ 식이었던 게 사실. 그러나 시네마서비스는 이번 하나 은행과의 제휴로 최소 2년간 최대 15편의 제작 및 투자비용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

CJ엔터테인먼트는 코스닥에서 반영구적으로 시장에서 돈을 댈 수 있게 됐다. 최평호 상무는 “코스닥 등록은 사실상 호사가의 취미 생활에 불과했던 종래의 투자 방식을 산업적 형태로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기업 공개를 통해 돈을 모으는만큼 관객의 트렌드를 읽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 두사건에 대한 영화계의 눈은 엇갈리고 있다.

학계에서는 “할리우드 식으로 가려면 자본과 경영의 투명성과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예대 강한섭 교수는 “현재의 할리우드도 미국 서부의 영화사와 JP모건 등 동부의 금융권이 결합한 것”이라며 “한국 영화 산업은 이제야 그 초기 단계에 들어선 셈”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영화평론가 J씨는 “안정적으로 확보된 돈일수록 수익이 확실한 상업 영화에 투자될 것이기 때문에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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