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한국 영화의 ‘봄날’이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의 대사가 스크린 밖으로 튀어나와 그대로 유행어가 됐다. 한해를 장식한 명대사, 화제의 대사를 살펴봤다. (별점은 사용 빈도와 작품성을 고려한 동아일보 영화팀 평가. 만점은 ★ 5개, ☆은 ★의 ½)
▽“우리 친구아이가”〓영화 ‘친구’는 유행어의 산실이었다. 오죽하면 ‘어따, 우린 친구랑께!’라는 전라도 사투리 버전이 나왔을까.
동수(장동건)가 준석(유오성)에게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내가 니 시다바리가”. 이 대사는 직장에서 서열 관계를 꼬집는 농담으로 사용됐다. 특히 동수가 칼에 찔리면서 내뱉는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도 영화의 폭력성 논쟁과 함께 인상깊은 대사로 남았다. ★★★★☆
▽“나 국가대표 호구다.”〓영화 ‘파이란’에서 강재역의 최민식. 새파란 조직 후배에게도 무시당하며 사는 3류 건달 강재의 처지에 딱 들어맞는, 오기에 찬 한마디. 조직 보스(손병호)의 “강재야, 강재야, 강재야! 생각 좀 하구 살어”는 “00야∼”로 바뀌었다.★★★
▽“나 잡아봐라.” “너, 안 잡으면 두거.”〓‘엽기적인 그녀’에서 ‘그녀’역의 전지현. 나무 사이를 돌고 도는 고전적인 장면이 연상되면서도 ‘두거’(죽어) 등 신세대적 감성을 엿볼 수 있다. ★★★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봄날은 간다’의 상우(유지태). 이 대사는 계속 ‘변종’을 낳았다. “‘복날’은 간다.” “식성이 어떻게 변하니” 등으로. 일부 신세대 팬들은 CF에서 유행한 카피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라며 ‘거부감’을 일으키기도 했다. ★★★★☆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같은 제목의 영화에서 주연인 원주역의 전도연. 이 대사는 ‘나도 ○○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희망형’으로 사용됐다. ★★★★
▽“고양이를 부탁해.”〓영화 제목으로 극중 사용된 대사. 팬들 사이에서는 ‘○○○를 부탁해’라는 식으로 자주 차용됐다. ★★★☆
▽“다음 카페 아세요.” “그거 우리 구역이냐.”〓‘두사부일체’의 ‘대가리’(정운택)의 말을 받은 보스 두식(정준호)의 한마디. ‘웬만해선 이 장면에서 웃지 않을 수 없다.’ ★★★☆
▽“사랑하기 때문에 당신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사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당신을 사랑하는 겁니다.”〓‘번지점프를 하다’에서 인우역의 이병헌. ★★★☆
이밖에 ‘조폭마누라’의 “○○새” “꿇어”(★★) 등 거친 대사도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유행됐다.
영화평론가 심영섭는 “‘친구’의 ‘시다바리’, ‘조폭마누라’의 ‘꿇어’ 등 조폭의 세계가 주로 그려진 영화의 유행어는 결국 권력에 관한 이야기”라며 “이 유행어들에는 서열화가 생리인 권력에 대한 불만과 자학적인 유머가 담겨 있어 쉽게 공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기록으로 본 올 영화계
▽방화열풍〓한국영화 시장 점유율 49.6%(12월16일 기준 영화진흥위원회 집계)
▽‘친구’〓전국 관객 820만명으로 영화 사상 최다 흥행기록.
▽‘조폭들’ 극장 접수?〓‘친구’ ‘신라의 달밤’ ‘조폭 마누라’ ‘킬러들의 수다’ 등 조폭을 다룬 영화들 100만명(서울기준) 돌파.
▽‘해리 포터’ 바람〓14일 개봉된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은 10일만에 전국 관객 168만명 기록.
▽국제영화제 잇따라〓부산 부천 전주에 이어 제1회 광주국제영상축제 신설.
▽본격화된 멀티 플렉스 시대〓영화 관객 8000만명, 지난해 5월 개관된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는 12월 관객 1000만명 돌파.
▽작은 영화를 부탁해〓‘와이키키 브라더스’ ‘라이방’ ‘나비’ ‘고양이를 부탁해’ 등 저예산 영화 되살리기 운동. 재개봉 ‘와이키키…’는 전국 10만명 넘어서.
▽헌법재판소의 등급보류 위헌 판정〓내년 5월부터 등급외 상영관 허용.
▽영화 수출 1000만달러 시대〓‘조폭 마누라’ 리메이크 판권 95만달러 등.
▽충무로에 몰리는 돈〓영화와 관련된 펀드의 규모는 2000억원대. 영화 편당 제작비는 27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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