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의여중 재학시절 머리를 기를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시작한 발레는 선화예고에 들어가면서 고행의 연속이었다. 고2때 공연한 ‘호두까기 인형’에서 왕비 역으로 무대에 오른 후 객석에서 쏟아지는 찬사를 받은 게 아직 생생하다.
한양대 무용과를 졸업한 후 국립발레단에 입단한지 1년반쯤 지났을 무렵 우연히 “럭키에서 미스 드봉을 뽑는데 나가보라”는 제안을 받았다. 그리고 미스 드봉에 선발되면서 내 인생은 완전히 바뀌었다.
CF 모델로 활동하는 도중 89년 KBS1 ‘절반의 실패’, MBC ‘두권의 일기’ 등 단막극에 출연하면서 탤런트로 나섰다. 그 이듬해 혜경역으로 출연한 KBS1 일일극 ‘서울 뚝배기’는 내게 잊을 수 없는 드라마였다. 주현 오지명 서승현 길용우씨를 처음 봤을 때 대하기 어려워 말을 꺼내지도 못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분들이 딸처럼 자상하게 대해준 게 큰 힘이 됐다.
최수종 선배는 상대역이었는데도 말이 없어 쉽게 친해지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날 녹화도중 최 선배가 “화장실이 어디냐?”고 묻는 장면에서 웃음이 나와 연이어 NG를 내면서 서먹함이 사라졌던 기억이 새롭다.
그해 KBS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수상한 후 벌써 연기 생활 14년째에 이르렀다. SBS ‘여인천하’에서 경빈역으로 관심을 얻고 있지만 가끔 ‘서울 뚝배기’ 시절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