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애니메이션 '마리 이야기'는 일상에 묻혀 잃어버린 '추억의 시계'를 되돌려주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다.
도시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남우는 한동안 연락이 끊긴 죽마고우 준호의 연락을 받는다. 남우의 유일한 동무였던 준호는 바닷가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할머니, 홀어머니와 외롭게 살아간다. 남우는 준호에게서 옛 추억이 담긴 구슬 조각을 받고 옛 기억 속으로 빠져든다.
▼물고시-새 등 입체감 환상적▼
남우는 어린 시절 이 구슬이 신비한 빛을 내뿜는 순간 환상의 세계에서 아름다운 소녀 마리를 만난 것.
영화는 남우의 첫 사랑을 중심으로 두 소년의 우정, 어촌 사람들의 소박한 삶을 담아냈다.
이 작품은 독특하고 아름다운 화면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디즈니나 재패니메이션의 낯익은 그림과 다르다.
이 작품은 등장 인물은 2D로, 하늘을 나는 물고기 새와 커다란 삽살개 등 환상적인 동물과 배경은 3D로 처리해 입체감을 줬다. 하지만 디지털 특유의 차가움보다는 체온 이 느껴지는 따뜻한 그림이 매력적이다.
특히 빛에 따라 변화하는 화면의 아름다운 색감과 질감은 극장이 아니라 수채화 전시회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새가 도시를 유유히 저공 비행하는 도입부와 구름 속에서 벌어지는 남우와 마리의 환상적인 만남, 성인이 된 남우와 준호가 고기를 구워먹는 장면은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
하지만 스토리의 짜임새는 아쉬움이 많다. 남우 엄마의 재혼, 준호의 짝사랑 등 두 소년을 둘러싼 에피소드들이 이어지지만 산만한 구성으로 집중력이 떨어진다.
목소리 연기에서는 '공동경비구역 JSA' '번지점프를 하다' 의 이병헌이 남우로, '파이란' '선물' 의 공형진이 준호로 출연한다. 이밖에 안성기 배종옥 나문희 장항선이 목소리 연기를 했다.
▼산만한 스토리 전개 아쉬워▼
99년 '덤불 속의 재' 로 안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단편 경쟁부문에 진출했던 이성강(40) 감독의 장편 데뷔작. 제작 기간 3년에 3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기타리스트 겸 작곡가 이병우가 음악을 맡았다. 모든 관객 관람가. 11일 개봉
김갑식 기자 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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