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개봉하는 영화 ‘디 아더스’의 마케팅 담당자들은 한동안 이런 부탁을 주요 극장마다 하고 다녔답니다. ‘디 아더스’의 포스터나 홍보 현수막의 위치를 영화 ‘바닐라 스카이’의 오른쪽으로 ‘콕 찍어’ 지정한 거죠.
왜냐고요? ‘디 아더스’의 포스터를 보면 주인공인 니콜 키드만이 어둠속에서 왼쪽을 째려보는 듯한 얼굴을 담고 있지요. 그래서 ‘바닐라 스카이’의 오른쪽에 걸어놓으면 얼핏 키드만이 ‘바닐라 스카이’ 포스터 속의 남자를 노려보는 것처럼 보이게 되거든요. (아∼하!)
설마, ‘바닐라 스카이’에 나오는 그 남자가 누군데, 하고 물으시는 건 아니겠죠? 아시다시피 키드만이 어둠속에서 노려보는 ‘바닐라 스카이’의 주인공은 톰 크루즈입니다. 키드만의 이혼한 전 남편이죠. (뒤늦게 한번 더 아∼하!하는 분, 평소 제 기사를 안 읽으시는군요!)
요란한 화제를 뿌렸던 두 스타의 이혼이었던 만큼 일종의 마케팅 차원에서 이용한 거죠. 더구나 ‘바닐라 스카이’에서 톰 크루즈의 연인으로 나오는 페넬로페 크루스는 톰 크루즈의 ‘실제 연인’으로 알려졌으니 마케팅 담당자의 눈으로 보면 더욱 ‘호재(好材)’가 아닐 수 없지요.
실제로 이혼한 아내가 전 남편과 그의 새 연인의 영화를 노려보도록 만든 설정은 오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꽤 끌었답니다. 이 때문에 ‘디 아더스’의 마케팅 담당자들은 지난달 23일 개봉한 ‘바닐라 스카이’의 상영관이 대폭 줄어들자 ‘남의 일 같지 않게’(?) 안타까워했다는군요.
지난해 개봉된 ‘아메리칸 스윗하트’는 파경을 맞은 할리우드 스타 커플의 이야기와 할리우드 마케팅의 뒷얘기를 담은 영화였죠. 이 영화속에서 영화 마케팅 담당자는 두 사람이 함께 출연한 영화 홍보를 위해 애정이 식은 두 스타를 여전히 다정한 잉꼬 커플로 보이도록 합니다.
그러고보니 톰 크루즈와 페넬로페 크루스의 ‘열애설’이 불거져 나온 시점도 미국에서 ‘바닐라 스카이’가 개봉되기 전이었던 것 같군요.
어쨌거나 지극히 개인적인 사랑과, 아픔까지도 모두 ‘상품’으로 팔리는 시대가 됐네요. 흥행이 뭐길래, 돈이 뭐길래…. 쩝. --;;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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