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머리(Brain) 만 집에 두고 오면 신나게 볼 수 있는 영화 .'
이 말 그대로 '에너미 라인스' 는 아무 생각없이 보면 꽤 재미있는 전쟁 영화다. 할리우드가 찾아낸 새 악당이 이번엔 세르비아 또는 또 뻔한 미국식 영웅만들기 등의 삐딱한 시각으로 보거나 진 해크만 이라는 이름에 기대를 품지 않으면 더욱 그렇다.
'에너미 라인스' 는 세르비아인의 민간인 학살 현장 등 보스니아에서 벌어졌던 반인류적 만행도 보여주지만 전쟁의 참상이나 고통을 다뤘다기보다 전장을 배경으로 한 상업 영화다.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이 박스 오피스를 휩쓸던 지난해 12월 초에 개봉, 2위를 차지했던 영화.
미국 해군 소속의 유능한 파일럿인 버넷(오웬 윌슨)은 보스니아 내전 지역의 정찰 임무를 맡는다. 그러나 버넷의 동료는 정찰 도중 세르비아인들의 민간인 학살 장면을 카메라에 담게 되고 이 때문에 세르비아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정찰기는 적진 한복판에 추락한다. 홀로 살아남은 버넷은 부대로 돌아가기 위해 목숨을 걸고 세르비아군과 맞선다.
진 해크만은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세르비아간의 평화 협상 때문에 적진에 구출기를 보낼 수 없다는 상사의 명령을 무시한채 옷을 벗을 각오를 하고 버넷을 구하는 항공모함의 함장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연기파 배우 진 해크만을 캐스팅한 이유가 궁금할 만큼, 이 영화는 배우보다 시각적 볼거리에 초점을 맞춘 영화다. 특히 미사일 공격으로 정찰기가 추락하기까지 아슬아슬한 5분과 시가지에 깔린 부비트랩이 연쇄적으로 폭발하는 장면 등은 관객들이 화면에서 눈을 떼기 어렵게 만든다.
CF감독 출신인 존 무어 감독의 데뷔작. 무어 감독은 CF에서 익힌 빠르고 감각적인 영상을 영화속에 녹여냈다. 그는 도망가는 버넷을 핸드 헬드(들고 찍기) 로 뒤쫓아 가며 촬영한 장면을 여러 곳에 삽입해 마치 전쟁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긴장감을 준다.
상하이 눈 미트 페어런츠 등 코미디 영화에 주로 출연했던 오웬 윌슨이 액션배우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18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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