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최근 급증하는 뮤비 제작비 때문에 제작자가 받는 스트레스는 엄청나다. 유승준과 조성모로부터 시작된 드라마 형식의 뮤비는 이제는 블록버스터 급으로 스케일이 커져,4∼5년 전만 해도 1000만원 안팎의 예산으로 찍을 수 있었지만 요즘엔 5억원 이상 들이는 작품도 흔히 볼 수 있다.
일단 국내에서 찍는 것보다 새로운 화면을 위해 해외로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현지 로케 비용이 수천만원대에 이른다. 게다가 뮤비의 홍수 속에 감독의 연출료 등 스태프들의 몸값도 엄청나게 올랐다.
최근 가장 잘나가는 뮤비 감독인 김세훈이나 차은택의 경우 스케줄이 수개월씩 밀려 있고 그나마 노래가 좋지 않으면 연출을 수락하지도 않는다. 게다가 제작비가 국내 촬영에도 최소한 1억5000만원은 지불할 각오를 하고 있어야 한다. 해외촬영을 계획한다면 최소한 3억원 이상의 지출을 감수해야 하고 섣불리 작품의 시대 배경을 과거나 미래로 잡는다든지 욕심을 내 컴퓨터그래픽이라도 사용할라치면 제작비는 더욱 치솟는다.
날씨 역시 중요한 변수다. 편집앨범 ‘첫사랑’ 의 경우 11월에 촬영하는 바람에 눈내린 곳이 없어 일일이 소금을 세트 전체에 뿌리고 인공 눈을 뿌려대는 바람에 3억8000만원이라는 제작비가 들었다. 최진영이나 이수영의 뮤비처럼 눈을 찾아 알래스카나 일본 홋카이도로 넘어가서 촬영한 팀들 역시 3억원이 넘는 비용이 들었다.
더구나 이제는 천정부지로 치솟은 배우들의 개런티 때문에 제작비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4년 전, 조성모의 ‘투 헤븐’에 출연했던 이병헌이 1000만원을 받으면서 배우들이 뮤비 출연료를 받기 시작했는데 이후 뮤비 제작 열풍이 불어 캐스팅난이 시작되면서 배우들의 몸값은 올라갔다.
김범수의 ‘하루’에 출연했던 송승헌이나 조성모 뮤비에 나왔던 배용준이 4000∼5000만원의 출연료 시대를 열더니 얼마 전 한 편집음반 뮤비에 출연한 이정재는 1억5000만원을 받기에 이르렀다. 1억5000만원이면 웬만한 음반 한 장이나 뮤비 한 편을 만들 고도 남을 돈이다.
뮤비에 출연하지 않고 있는 한석규나 유오성 원빈 심은하 고소영 전도연 등을 캐스팅하기 위해 1억원을 제시하는 제작자들도 간혹 있다. 3,4년 전, 1000만원 정도의 싼(?) 개런티에 뮤비에 출연한 이병헌이나 장동건 역시 이제는 그 열배가 넘는 개런티를 준다고 해도 섭외하기 어렵다.
모 제작자가 영화 ‘파이란’에 나왔던 홍콩 여배우 장백지를 섭외했더니 출연료로 최하 미화 5만불을 요구했고 부대비용만 총 1억원에 가까운 돈이 들기에 포기했다고 한다.
‘god’나 강타 문희준 김민종처럼 가수가 직접 뮤비에 출연해서 더 효과를 얻는 경우는 배우 개런티를 아낄 수 있어 좋지만 신비감으로 무장한 얼굴없는 가수들의 경우는 어쩔 수 없이 인기 배우를 써야만 하기에 그 부담은 더욱 커진다.
이제는 아예 드라마 형식을 포기하고 새로운 뮤비 스타일을 개발해 내거나 아니면 참신한
신인들을 출연시켜 제작비도 절감하고 신선함도 불어 넣어야 할 것이다. 인기 배우 찾아서 영화 개런티와 맞먹는 출연료 주고 뮤비 찍어봤자 노래가 안 좋으면 본전도 못 뽑기가 십상이기 때문이다.
김영찬 시나리오 작가 nkjak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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