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의 제작사인 뉴라인시네마와 ‘해리 포터…’의 제작사인 워너브러더스의 모기업이 바로 미국의 거대 미디어그룹 ‘AOL타임워너’거든요.
두 영화는 형제답게 ‘외모’도 닮았죠. 두 편 모두 유명 판타지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대형영화인데다, 개봉하자마자 세계 각국의 박스오피스를 휩쓸고 있다는 점, 그리고 앞으로도 후속 시리즈가 나온다는 것까지도요.
엄마인 AOL타임워너는 두 형제를 놓고 고민을 했다는군요. 두 편이 비슷한 시기에 개봉되면 ‘파이’(박스오피스)를 서로 먹겠다고 싸울 것이 뻔하니까요. 이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 개봉할 때 두 영화의 시기를 최소한 한달 이상 차이 나도록 날짜를 조정했답니다. (눈물겨운 모정? ^^)
그런데 늦게 개봉한 ‘반지의 제왕’은 먼저 개봉된 ‘해리 포터’에 선정적으로 싸움을 걸었지요. ‘해리 포터, 빗자루에서 떨어져라’ ‘해리 포터가 별 다섯 개면 우리는 별 열 개’등 공격적인 광고 문구가 총동원됐죠.
뉴라인시네마 측은 미국뿐만 아니라 ‘반지의 제왕’을 수입한 각국 영화사에도 “‘해리 포터’와 비교하는 마케팅 방법을 적극 검토하라”고 했다는군요. ‘반지의 제왕’의 국내 수입사인 태원엔터테인먼트 측이 본사에 “정말 괜찮으냐”고 재차 확인했더니 “걱정 말고 (해리 포터와 비교해 반지의 제왕을 더 좋게 평한) 영화평이나 문구를 사용하라”고 했답니다.
이 때문에 ‘반지의 제왕’의 국내 광고 문구에는 ‘해리 포터’를 ‘아동용 영화’로 묘사했는데요, 이 말에 상처받은(?)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측은 ‘반지의 제왕’측에 “이럴 수 있느냐”며 항의 전화를 하기도 했지요. ‘반지의 제왕’측은 그쪽대로 “‘해리 포터’가 개봉도 안한 ‘반지의 제왕’에 불리한 광고문구를 먼저 썼다”고 주장하고요.
그래도 AOL타임워너는 느긋합니다. 하긴 ‘형제’가 싸우는데 ‘엄마’가 모를 리 없겠죠. ‘엄마’ 입장에서는 ‘반지의 제왕’을 위해 흥행 끝물인 ‘해리 포터’를 다소 끌어내리더라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한 걸까요?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말도 이 경우엔 해당 안되나 봅니다. 아니면 혹시, ‘애들은 싸우면서 커야 한다’는 엄마의 깊은 뜻이었을까? ^^;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