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2000년 6월 MBC 11기 공채 코미디언에 뽑혔을 때 MBC의 한 중견 예능PD는 기자에게 “진짜 ‘쓸만한’ 녀석이 들어왔다”고 말한 적이 있다. PD의 예상대로 그는 최근 MBC ‘연인들’ ‘섹션TV 연예통신’ ‘타임머신’ 등 여러 프로그램에서 코미디언과 리포터로 맹활약 중이다. 18일 MBC ‘베스트 극장-미스 김은 복수할 자격이 있다’에서는 실감나는 연기를 펼치기도 했다.
“도대체 정체가 뭐냐”고 묻자 대답이 걸작이다.
“‘정불협’을 하나 만들까봐요. ‘정체가 불분명한 사람들의 협회’라고….”
그중 가장 자신있는 분야 하나만 고르라고 하자 그는 시작한지 겨우 1주일밖에 안된 MC를 선뜻 골랐다.
“어렸을 때부터 ‘말’로 하는 건 뭐든지 자신있었어요. 처음 MC를 맡게 됐을 때 솔직히 ‘이건 내가 거저 할 수 있다’고 속으로 장담했어요. 옌볜 사투리를 제 트레이드 마크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만 한국의 팔도 사투리는 다 자신있어요. 다른 건 몰라도 한 번 들으면 뭐든지 그럴싸하게 흉내내는 재능이 있거든요.”
그는 방송인 백지연 흉내에 이어 최근에는 하리수의 흉내로 화제가 되고 있다.
유치원 재롱잔치 때부터 사회란 사회는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는 그는 MC를 ‘천직’으로 여기지만 부산 경성대 연극영화과 재학시절 ‘학교 연극’에서도 주인공을 놓친 적 없다.
“처음에는 연기를 잘해 주인공을 맡기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이유는 다른 데 있었어요. 제가 키가 크고(168cm) 덩치가 좀 있어 조연을 맡을 경우 너무 튀거든요. TV 화면에서는 더더욱 그렇죠. 데뷔 이후 콩트 코미디를 1년간 했지만 주변에서는 ‘차라리 말로 웃겨라’였어요.”
인터뷰 내내 주변을 지나던 사람들이 사인을 요청해 대화가 끊길만큼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본인은 스타가 아닌, 그저 한 사람의 사회인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아직도 공중목욕탕 다녀요. 꼭 4번 때밀이 아줌마한테 때밀고.(웃음) 제가 인기를 얻는 것도 거리감이 없는 이미지 때문이 아닐까요?”
그래도 인기를 얻고보니 좋기는 좋단다. 그는 ‘섹션…’ 리포터 초기 시절 한 인기 탤런트를 인터뷰하기 위해 드라마 촬영장에서 12시간 동안 기다리다가 그냥 돌아온 적도 있다.
“이제는 같은 스타 대접을 해주니까 기분 좋아요. 인터뷰도 쉽게 할 수 있고. 하지만 ‘떠야 한다’는 강박증같은 건 없어요.”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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