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예수의 마지막 유혹', 욕망에 집착하는 '인간 예수'

  • 입력 2002년 1월 24일 17시 59분


‘예수의 마지막 유혹’은 예수를 욕망에 집착하는 인간으로 그린 문제작이다.‘택시 드라이버’ ‘분노의 주먹’의 거장 마틴 스코시즈 감독이 1988년 그리스 소설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원작을 영화화했다. 영화는 주제의 무게와 거장의 만남에 어울리게 파격적인 상상력이 가득하다. 목수인 나사렛 예수(윌리엄 디포)의 직업은 유대인 처형에 사용되는 십자가를 만들어 로마인들에게 바치는 일. 예수는 로마에 대항해 혁명을 노리는 유다(하비 케이텔)가 겁쟁이라고 놀리자 두렵다고 말한다. 그런가 하면 예수는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해 아이까지 낳는 등 욕망에 흔들리고 주저하는 ‘보통사람’으로 그려져 있다.

하지만 스코시즈 감독의 카메라는 선정적인 것에 머무르지 않는다. 선택된 구원자로서의 예수와 인간의 몸을 갖고 태어난 보통 사람으로서의 예수 사이에서 겪는 갈등이 부각된다. 예수는 십자가에 못박힐 위기에서 자신을 구해준 수호천사가 악마였음을 깨닫고 인류 구원을 위해 다시 십자가에 매달린다.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나 영화 감독이 되기 전 한때 신부가 될 것을 꿈꾼 스코시즈 감독의 종교적 관심이 짙게 깔려 있다. 그는 97년 달라이 라마의 생애를 담은 ‘쿤둔’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 작품은 98년 개신교계의 반발로 개봉이 연기되기도 했다. 그런 이유로 상영관이 몇 곳에 불과하다. 연기파 배우 윌리엄 디포와 하비 케이텔의 연기가 볼 만하다. 원제는 ‘The Last Temptation of Christ.’ 25일 개봉. 18세 이상 관람 가.

김갑식 기자 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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