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책]소설-영화 '윈윈게임'…'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 입력 2002년 1월 28일 14시 16분


꼬마 마법사 해리 포터의 유쾌한 모험담을 그린 조앤 K 롤링의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과 절대적 힘을 가진 반지를 둘러싼 암투를 담은 장중한 모험극인 J J 톨킨의 ‘반지의 제왕’이 전 세계 박스 오피스와 베스트셀러 리스트를 새로 쓰고 있다.

▼원작판매 10배이상 늘어▼

영국산(産)인 두 소설은 이미 수억명이 읽어 영화의 흥행을 예고했고, 영화의 성공은 다시 원작 소설을 날개돋친 듯 팔리게 만들고 있다. 영화 배급사에 따르면, 영화 ‘해리 포터’(지난해 11월16일 미국 개봉)는 20일까지 세계에서 8억4880만달러를, ‘반지의 제왕’(12월19일 미국 개봉)은 5억86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한국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해 12월14일 개봉된 ‘해리 포터’는 27일까지 전국에서 400만명, 1월1일 개봉된 ‘반지의 제왕’은 312만명이 넘는 관객을 각각 불러들였다.

영화의 흥행은 원작 소설 판매 증가로 이어졌다. 99년 11월부터 국내에 번역 출간돼 500만권 이상 팔린 ‘해리 포터’ 시리즈(문학수첩) 중 1부인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전2권)은 영화 개봉 전 베스트셀러 목록 20위 밖으로 밀렸으나 개봉 이후 상위권으로 재진입했다. 문학수첩 측은 정확한 판매량을 밝히지 않고 있으나, 업계에서는 영화 개봉 덕에 100만권 이상 ‘덤’으로 팔았을 것으로 추정한다.

소설 ‘반지의 제왕’(전6권)의 약진은 눈부실 정도다. 황금가지 출판사에 따르면 개봉 전에는 일주일에 평균 7000권씩 팔리던 책이 개봉 직후부터 10배 이상 늘어 일주일에 10만권 이상 팔리고 있고 1월 셋째주 베스트셀러 3위에 올랐다.

판타지 소설의 원형으로 꼽히는 ‘반지의 제왕’은 영미권에서는 걸작으로 꼽혀왔지만 문체가 건조하고 이야기가 묵직해서 국내에서의 ‘대박’은 예상 밖이다. 그러나 영화가 ‘운명의 산(Mt.Doom)’에서 벌어지는 본격적인 모험담이 시작되는 데서 끝나 아쉬움을 느낀 관객이 책을 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흥행 열풍은 ‘맛보기’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많다. ‘해리포터’는 총 7편의 시리즈(현재 4편까지 출간) 모두를 영화화할 예정이며, ‘반지의 제왕’은 전 3부를 이미 제작해 2002년, 2003년 연말에 순차적으로 선보일 계획이기 때문이다. 두 작품 모두 뒤로 갈수록 이야기가 흥미로워져 영화와 소설의 시너지 효과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아날로그-디지털 행복한 만남▼

소설의 영화화가 어제오늘의 일도 아닌데 유독 두 작품의 시너지 효과가 큰 것일까.

시사주간지 ‘타임’ 최근호는 ‘반지의 제왕’의 성공이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있다고 분석했다. 즉 난장이 마법사 요정 인간이 힘을 모아 사우론과 싸우는 이야기가 미국과 북부동맹이 연합해 오사마 빈 라덴과 탈레반과 맞서는 상황을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한신대 김종엽 교수(사회학)는 “환상적인 이야기를 완벽에 가까운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영상으로 현실화시켜서 보여줌으로써 판타지적 상상력을 낯설어 했던 독자들에게 흥미를 유발시킨 것 같다”고 말했다.

연세대 김주환 교수(신문방송학)는 “게임 장난감 등 매체를 가리지 않고 흥행이 확산(spill over)되면서 ‘오늘의 신화’(롤랑 바르트)가 되고 있다”면서 “관건은 책이냐 영화냐가 아니라 얼마나 독창적인 상상력의 지평을 보여주는가에 있으며 아날로그냐 디지털이냐를 따지기에 앞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콘텐츠”라고 말했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원작과 영화비교

최첨단 그래픽 기술로 탄생된 두 영화는 모두 소설을 충실하게 영상으로 재현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다소간의 생략과 변형은 어쩔 수 없는 일.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1998년작)에서는 “절대로 이야기를 훼손할 수 없다”는 원작자 롤링의 엄포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이 양부모에게 구박받는 내용 등이 영화에서 빠졌다. 특히 ‘마법의 돌’을 노린다고 의심했던 스네이프 교수가 왜 수상쩍은 행동을 했는지 설명이 생략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소설 ‘반지의 제왕’(1954년작)은 다양한 에피소드에 이야기가 방대하고 등장인물도 복잡하지만 피터 잭슨 감독은 주인공을 숲의 악령으로부터 구해내는 신비로운 홍안의 노인 톰 봄바딜 같은 인물을 생략하는 대신 9인의 암흑기사가 주인공 프로도 베긴스를 추격하는 과정을 중심적인 이야기로 부각시켰다. 또 소설에서는 반지를 되찾으려는 어둠의 제왕 사우론이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모든 것을 쏘아보는 눈동자로 형상화되어 있지만, 영화에서는 여성의 음부를 상징하는 어두운 심연으로 표현된 점도 주목할 만한 영화적 변형이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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