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7일 MBC 「시사매거진 2580」의 "PR비와 가요"편에서 보도되었던 기획사와 방송·언론사 사이의 PR비 폭로 사례들은 대중음악의 균형적이고 공정한 발전을 바라는 음악팬들과 일반시청자들에게 큰 충격을 던져주었다. 그동안 대중음악계에서 말로만 무성했던 음반기획사들의 방송·언론사 로비관행들이 이날 양심고백을 한 한 가수의 증언을 통해서 기정사실로 드러나고 말았다. 한 가수가 데뷔하여 방송에 출연하기까지 공중파방송을 비롯한 각종 매체에 제공하는 로비자금이 작게는 1억 5천만원에서 많게는 3억 여 원에 달한다는 사실은 방송·언론사와 기획사와의 유착관계가 얼마나 심각하게 만연되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며, 좋은 음악, 공정한 경쟁을 원하는 음악팬들에게는 분노감과, 방송에 설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실력 있는 비주류 음악인들에게는 심한 좌절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사실 스포츠연예지, 라디오방송, 케이블TV, 그리고 공중파 방송 전 영역에 걸친 기획사들의 전방위 로비 사례들은 사실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며, 오늘날 한국 대중음악의 고질적인 문제로 남아있는 소수기획사의 방송출연 독점, 일부 장르들의 편중, 가요순위프로그램의 불공정한 순위선정과 캐스팅, 음반제작과 유통의 불투명성, 전속계약제의 불공정성 등의 문제들을 야기 시키는 가장 핵심적인 관행이라 할 수 있다. 그 동안 시민단체들과 음악단체, 그리고 팬덤연합단체들은 이러한 불공정하고, 불법적인 로비 관행들에 대해 끊임없는 의혹을 제기했고, 이러한 잘못된 관행들이 지속되는 한, 돈에 눈먼 상업적 독점 기획사만 번성할 뿐, 한국 대중음악의 내실 있는 발전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이러한 PR비 관행들은 최근 가요순위프로그램과 오락연예프로그램에 일부 인기가수들의 독점출연 비율과, 캐이블 방송에서 특정 기획사 소속 가수들의 뮤직비디오 집중방영, 라디오방송의 특정가수에 대한 집중선곡, 그리고 특정 연예인들의 각종 토크·오락프로그램의 독점출연들의 폐해들을 낳는 주 요인이 되고 말았다. 「시사매거진 2580」에 보도 된 대로 특정 가수 소속 기획사가 특정 방송사 음악 프로그램 담당 PD와 언론 매체에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거액의 PR비를 제공하여 출연·보도를 독점해 버린다면, 대중음악이 과연 본래의 문화적 기능을 다할 수 있을 것이며, 공영방송, 공연언론은 자신의 공공의 사회적 책임감을 다할 수 있겠는가.
물론 이러한 불공정하고 불법적인 음반기획사의 PR비 제공 사례들은 모든 기획사에게 해당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태에 대한 부분적인 사실이 당사자에 의해 증언된 만큼 음반기획사와 방송사의 관련 제작진들을 이에 대한 분명한 자기입장이 있어야 할 것이다. 검찰은 또한 방송에서 증언한 가수 시후씨 측이 폭로한 PR비가 어떤 경로로 누구에게 제공되었는지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전개해야 하며 엄정한 수사를 통해 사태의 진실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할 것이다.
우리들은 이번 기회를 통해 대중음악의 불공정하고, 불법적인 PR비 관행들이 뿌리뽑히길 기대하며, 대중음악의 이러한 구조적인 폐해들이 근절될 때까지 계속해서 감시활동을 펼쳐나갈 것이다. 음반기획사 스스로 잘못된 홍보비를 고육지책으로 부담해야 했던 고질적인 PR비 관행으로부터 자유로워져 좀더 투명하고 공정한 경쟁관계를 형성하길 강력히 촉구하며, 방송사의 예능국 제작진들과 담당 PD들 역시 사사로운 이익에서 벗어나 대중음악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 자신의 소임을 다하는 방송인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우리들은 그 동안 많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음반기획사의 방송출연과 홍보성보도 대가로 제공되는 각종 PR비의 실체에 대한 신속하고, 대대적인 수사가 진행되어 의혹의 실체들이 음악팬들과 일반시민들에게 공개되기를 다시 한번 강력하게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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