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속으로]'파이란', 섬세한 선율따라 감정이 흐른다

  • 입력 2002년 1월 31일 17시 41분


더 이상 추락할 곳조차 없는 삼류 건달 강재(최민식 분)에게 찾아온 기적같은 사랑. 그렇지만 너무 늦어 더 이상 희망도 없이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되는 삼류 인생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곱씹게 하는 게 ‘파이란’의 매력이다.

“나는 국가대표 호구다”고 외치는 별볼일 없는 40대 중년 건달이 한번도 마주친 적 없는 서류상의 아내 강백란(장바이쯔)의 죽음과 그녀가 차마 부치지 못한 편지를 받게 되며 스스로의 삶이 ‘가짜 인생’임을 뒤늦게 깨닫는다. 비로소 과거를 청산하고 귀향하기로 결심하지만 조직은 그를 제거한다.

DVD로 태어난 ‘파이란’에는 송재성 감독과 최민식, 프로듀서 음악감독 4인이 공동 작업한 영화 해설이 삽입됐다. 걸죽한 말솜씨로 제작과정과 에피소드, 연출방향을 설명하고 토론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영화 만큼이나 흥미롭다. 해설 속에는 강재를 죽게 할 수밖에 없었던 것에 대한 감독의 설명이나 홍콩배우 장바이쯔의 연기에 대한 인상, 심지어 강재와 피카추인형에 대한 얘기까지 모두 풀어냈다.

‘파이란’의 영화필름에서 소스를 가져와 변환작업(텔레시네)을 한 만큼 DVD의 화질과 음향은 역시 최상급. AV마니아들이 선호하는 DTS 음향을 지원해 감정의 흐름을 잡아내는 선율이 섬세하게 살아난다.

디스크 2장을 가득 채울 만큼 풍부한 스페셜피처(부록)에는 이 영화를 아끼는 사람들의 모임인 ‘파사모’(파이란을 사랑하는 모임) 취재와 촬영 당시 현장 필름, 출연진과 제작진의 영상 인터뷰가 담겼다. 영화해설을 빼고도 무려 120여분의 분량. 주요 배우들의 일대일 인터뷰에는 ‘파이란’에 대한 애정이 묻어난다. 여기에 이수영의 뮤직비디오 2편과 영화 제작발표회, 최민식과 장바이쯔의 포스터 사진 촬영 현장, 영화평론가의 비평까지 다채로운 볼거리가 끊이지 않는다. 역시 좋은 영화에 정성어린 부록과 육성해설까지 곁들여 보는 재미는 한국영화 DVD가 외화보다 더 감칠맛이 난다. 물론 원작은 일본소설에 홍콩배우까지 출연한 한중일 합작품이지만... 1일 출시 프리미어엔터테인먼트 2만5000원

김종래·파파DVD대표 jongrae@papadv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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