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설무렵이면 낯익은 액션 영화 스타들이 국내 극장가를 ‘접수’하는 것이 관례. 올해 극장가에는 “곧 돌아오겠다(I’ll Be Back)”는 말을 유행시켰던 ‘영원한 터미네이터’, 슈워제네거가 다시 돌아왔다. 이 영화는 같은 날 개봉하는 실베스타 스탤론 주연의 ‘디톡스’와 맞대결을 펼친다.‘콜래트럴 데미지’는 소방관인 고디(아널드 슈워제네거)가 시내 한복판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로 아내와 아들을 잃자 직접 복수에 나선다는 내용.
영화 도입부에 나오는 폭탄 테러 장면을 보다보면 어쩔 수 없이 지난해 9·11 미국 뉴욕 테러를 떠올리게 된다. ‘빈 라덴’의 조직원이 내전을 겪고 있는 남미 콜롬비아의 극우 테러리스트로 바뀌었을 뿐 상황은 뉴욕에서 발생한 테러와 흡사하다. 제목인 ‘콜래트럴 데미지’는 ‘무고한 희생자’를 뜻한다.
이런 장면 때문에 이 영화는 미국에서 지난해 9월말 개봉되려다 테러로 인해 무기한 연기됐다.
‘실제 상황’에서는 미국이 똘똘 뭉쳐 아프가니스탄과 빈 라덴의 ‘응징’에 나서지만, 영화속에서는 미 중앙정보국(CIA)과 의회의 갈등 때문에 고디가 혈혈단신으로 콜롬비아로 들어가 복수에 나선다.
고디는 우여곡절 끝에 말도 안통하는 콜롬비아의 내전 현장을 뚫고 아내와 아들을 죽인 범인 ‘끌로디오’를 찾아낸다. 여기에 끌로디오의 아내와 입양아들까지 얽혀 사건이 너무 순조롭게 진행된다 싶지만, 뒷부분에 또 다른 테러와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그럴듯한 명분으로 포장돼 ‘법’보다는 ‘주먹’이 앞서는 보복 방식은 현실이나 영화나 똑같다. ‘명분을 위해서라면 살인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테러 논리에 분노하는 주인공 고디가 ‘가족을 죽인 한 사람을 응징하기 위해’ (비록 마약조직범이나 테러리스트 집단이지만) 수많은 콜롬비아인을 죽이는 행동은 뭐가 다를까. 나아가 ‘빈 라덴’을 응징하기 위한 미국의 폭격으로 무고한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숨진 것까지.
테러사건을 떠올리며 이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설 연휴에 어울릴 만한 스케일 큰 액션 영화다. 하지만 이 영화의 등급은 논란이 될 법하다. 영화속에서 고디가 콜롬비아 마약 조직원과 싸우면서 귀를 물어뜯은 뒤 뜯긴 귀를 뱉어내는 장면이 나온다.
등급은? 15세 이상 관람가. 미국에서는 한국의 ‘18세 이상’에 해당하는 ‘R등급’ 판정을 받았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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