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리빙 하바나', 자유 갈망하는 연주자의 예술혼

  • 입력 2002년 2월 14일 17시 35분


‘리빙 하바나’는 재즈의 큰 줄기를 이루는 쿠바의 민속 음악을 배경으로 잔잔한 감동을 안겨주는 영화다. 다만 할리우드 특유의 미국 지상주의가 음악적 감동을 반감시키는 게 흠이다.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는 재즈 트럼펫 연주자 아투로 산도발(앤디 가르시아)은 골수 막시스트인 미모의 공무원 마리아넬라(미아 마에스트로)와 첫눈에 반해 결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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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산도발은 평소 ‘음악의 사부’로 여겨온 미국의 트럼펫 연주자 디지 길레스피의 자유로운 음악혼에 매료돼 미국 망명을 결심한다.

영화는 그래미상을 3차례 받은 실존 인물인 산도발이 그리스의 미국 대사관에서 “왜 내가 미국으로 가야하는가”를 놓고 대사관 직원과 설전을 벌이며 옛 일을 회상하는 장면으로 채워진다. 고난도 애드리브를 구사할 수 있으나 쿠바의 사회주의 정권을 찬양하는 음악을 해야하는 산도발의 고뇌 등이 이어진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같은 현실적인 갈등 속에서 산도발의 음악적 역량이 오히려 축적됐다는 점을 무시하고 “미국으로 가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식으로 밀어 붙이면서 맹점을 드러낸다. 그의 우상이던 길레스피가 쿠바 뒷 골목의 민속 음악을 들으며 “바로 이게 음악이야”하며 즉석 연주를 청하는 장면은 그래서 역설적이다.

‘대부3’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 등에서 깔끔한 모습을 보여준 가르시아가 콧수염을 기르고 몸무게를 10㎏ 불려가며 산도발을 연기했다. 그는 카스트로가 집권한 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망명한 쿠바인이다. 원제 ‘For Love or Country’. 22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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