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육중한 몸매의 여성을 여주인공으로 내세울 리 없는 할리우드 상업 영화답게, 팰트로는 영화의 90%쯤은 미녀로 등장하고, 특수 분장의 도움으로 엄청나게 거대해진 ‘뚱녀’로는 10여분간 나온다. 이처럼 ‘뚱녀’는 감추고 ‘미녀’를 전면에 내세운 이 영화가 정작 하고자 하는 말은?
‘진정한 아름다움은 외모가 아니라 마음에 있다!’
▼외모로 여성 판단하는 세태 풍자▼
이 영화의 설정은 재치있다. 오로지 외모로만 여성을 판단하던 주인공 할(잭 블랙)은 늘 미녀만 쫓아다니다가 퇴짜맞는다. 어느날 우연히 심리상담가를 만난 이후 이상하게도 할이 만나는 절세의 미녀들은 모두 그에게 호감을 보인다.
그러나 이는 심리상담가의 최면에 걸린 할의 눈에 겉모습 대신 내면의 아름다움만 비치게 된 탓일 뿐 실제로 할이 미녀라고 보는 여성들은 모두 착하긴 해도 한결같이 얼굴이 못 생겼거나 비만증 환자다.
눈에 ‘콩깍지’가 씌인 채 할은 마침내 평화봉사단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마음씨 착하고 ‘쭉쭉 빵빵’한 금발 미녀 로즈마리(기네스 팰트로)를 만나 연인이 된다. 물론 로즈마리는 실제로는 더블 피자 버거에 치즈를 듬뿍 얹은 감자를 단숨에 먹어치우는 엄청난 ‘뚱녀’.
영화는 할이 추녀를 늘씬한 미녀로 착각한 상태로 전개되는 중간에 실제의 추녀 모습을 적절히 섞어 놓는 구성으로 웃음을 유발한다. 예를 들어 할의 시점에 비친 늘씬한 로즈마리를 보여준 뒤 할의 친구의 시점을 옮겨가 뚱뚱한 로즈마리를 대조하는 식이다.
부담없이 보고 마음껏 웃을 수 있는 영화지만 각본과 감독을 맡은 피터와 바비 패럴리 형제의 이름 때문에 더 ‘특별한 것’을 기대했던 팬들이라면 실망할 지도 모르겠다.
‘덤 앤 더머’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등 이전 작품에서 보여준 엽기적이고 기발한 ‘화장실 유머’는 그다지 보이지 않으니까. 물론 이전 작품들이 거북했던 대중이라면 즐겁게 볼 만하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 개봉했을 당시 평단에서는 ‘많이 웃기면서도 동시에 감동을 준다’(평론가 로저 애버트)는 칭찬과 ‘너무 점잖아 패럴리 형제의 팬들을 도망가게 만들 것 같다’(엔터테인먼트 위클리)는 실망이 엇갈리기도 했다. 12세 이상. 원제는 ‘천박한 할’이라는 뜻의 ‘Shallow Hal’.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눈길 끄는 대사
오로지 ‘쭉쭉 빵빵’한 여자만 찾는 외모 지상주의자인 주인공 할이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심리상담가와의 대화 도중 자신의 여성관을 드러내보이는 대화.
심리상담가:당신은 여자를 보는 눈이 좀 피상적이시군.
할:천만에, 난 교양도 갖춘 여잘 원해요.
심리상담가:그래요? 그럼 둘 중 누굴 택하겠소? 한쪽 가슴이 없는 여자와 뇌 반쪽이 없는 여자?
할:…. 남은 한쪽 가슴은 풍만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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