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결혼 83년째를 맞은 충북 청원군 강내면의 이훈요씨(93)와 부인 김봉금씨(97)는 한국에서 결혼 생활을 가장 오래한 부부. 이들 부부는 이씨가 여섯 살 때 약혼한 뒤 아내 김씨가 4년간 이씨를 ‘키워서’ 결혼, 사실상 한평생을 함께 했다.
KBS 1TV가 18∼22일 5부작으로 방영하는 인간극장 ‘사랑 100년’(오후 7시)은 이씨 부부의 장수 비법을 생활사 중심으로 풀어낸 ‘사랑하며 잘 먹고 잘 사는 법’. 현직 한약사인 이씨는 부인과 함께 장수한 비결로 평생 △부부관계를 한 달에 두 번 정도로 그치며 △간식은 절대 피하되 식사는 3분의 1∼반 공기 정도만 먹고 △음식은 반드시 30회 이상 씹는 습관을 꼽았다. 특히 부부관계는 몸에서 정기를 빼앗아가고 뼈를 부실하게 만들어 노화를 촉진시키기 때문에 지나치면 수명이 준다고 이씨는 말한다.
이씨의 직계자손은 5남 3녀 등 8남매에 증손자까지 더해 모두 107명. 칠순의 홀로된 큰 딸과 함께 사는 이씨 부부는 명절 때마다 새로 눈에 띄는 증손자들을 모두 외우지 못한다. 이씨 부부를 취재하던 제작진은 동네 문방구에서 뜻밖의 사실도 알게 된다.
한약방을 하며 20대부터 돈을 벌어온 이씨가 매년 두 차례 쌀과 밀가루를 100포대씩 면사무소에 기탁해 왔으며 수시로 양말 속옷 등을 구입해 불우 이웃에게 전해왔다는 게 문방구 주인의 이야기다.
자손 107명의 눈과 귀를 피해 몰래 선행을 베푼 이씨의 행적에서 제작진은 또 다른 장수의 비결을 엿본다.
“은덕을 베풀며 살아야 해. 내가 필요한 것 보다 더 많이 갖는 것은 다 짐이고 부담이야.”(이훈요씨)
나성엽기자 cp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