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 ‘역사스페셜’은 23일 ‘고려광종, 제국의 아침을 열다’ 편에서 광종의 일대기를 통해 고려 초기 역사를 조망한다는 기획 취지와 달리 3월 2일 첫방영하는 대하사극 ‘제국의 아침’ 북한 촬영기와 주인공과 책임프로듀서 인터뷰 등에 초점을 맞췄다. 또 헬리콥터를 띄워 경북 문경의 야외 세트장을 촬영하고 ‘제국의 아침’의 성공을 기원하는 고사 장면을 방영했다. 방영 중에는 “드라마 사상 최초로 북한 촬영에 성공했다”는 자화자찬도 많았다.
특히 이날 방영된 ‘역사스페셜’은 20일전인 3일 방영된 ‘일요스페셜-다시 백두에 서다’과도 크게 다르지 않아 KBS가 ‘제국의 아침’ 띄우기에 두 프로그램을 동원했다는 인상을 줬다. ‘일요스페셜’은 3일 제작진과 주인공 인터뷰, 북한 촬영 고생담을 담는데 프로그램의 3분의 2 이상을 할애했다.
문제는 ‘역사스페셜’과 ‘일요스페셜’ 등 시청자들의 신뢰가 두터운 프로그램이 이번 내용으로 시청자들의 실망시켰다는 점이다. 방송가에서 연예정보 프로그램을 통한 자사 드라마 홍보는 오랜 관행으로 넘길 수 있다지만 ‘역사스페셜’ ‘일요스페셜’의 자사 홍보는 신뢰가 생명인 다큐프로그램에 치명적 상처를 안긴다는 지적. ‘역사스페셜’ 인터넷 게시판에 한 시청자는 “자사 드라마를 교양 프로까지 이용해 홍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박성희 교수는 “북한에서의 드라마 촬영이 갖는 의미를 평가해줄 필요는 있으나 간판 교양물인 ‘일요스페셜’과 ‘역사스페셜’을 통해 이를 자화자찬하는 것은 그동안 쌓아온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격”이라고 말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