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 선전하는 동안 눈물을 곱씹은 가수가 있다. 가요계의 ‘터프가이’ 김정민은 1998년 마지막으로 음반을 낸 뒤 지난 4년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항간에는 그가 성대결절로 가수생명이 끝났다는 등 괴소문이 돌기도 했다. 한물 갔다느니, 은퇴했다느니 정도의 소문은 양반축에 속했다.
당시까지 그는 많은 히트곡을 발표하며 인기를 누려왔으나 터프하게 갈라지는 그의 독특한 음색을 대중이 식상하게 느끼기 시작했다. 이를 감지한 김정민과 그의 음반 제작자는 다른 분위기를 전하는 방법을 찾느라 새 음반 작업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
유명 작곡가들을 총동원했고 김정민과 친한 가수 조장혁과 김종서에게도 곡을 받았다. 주영훈이 추천한 일본의 1980년대 히트곡 중 두 곡을 리메이크하기도 했다. 이렇게 2년동안 모은 곡들은 더할나위 없이 좋았다. 김정민은 흥분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타이틀곡의 가사가 나오지 않았다. 유명 작사가들의 글을 붙여봤지만 제작자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결국 타이틀 곡 하나의 가사를 쓰는데 1년을 또 보냈다.
이제 남은 것은 녹음과 뮤직비디오. 러시아 국립 오케스트라, 앨튼 존, 산타나 등의 세션을 담당한 미국의 ‘타워 오브 파워’(Tower of Power)등과 현지 녹음을 했다. 뮤직비디오는 신현준과 손태영을 데려다 캐나다 밴쿠버에서 찍었다. ‘이제 고생 끝났다’, 방송을 타는 일만 남겨놓고 성공을 보증 받은 듯 했던 순간, 이번에는 신현준과 손태영이 스캔들을 일으켰다. 애써 만든 뮤직비디오를 아예 방송에 틀지도 못하게 되면서 김정민은 또 한 번 좌절했다.
김정민은 생계를 위협받았다. 그동안 그는 음반이 없어 활동을 못했고 수입도 없었다. 잘 나가던 시절 타고 다니던 외제차를 팔고 국산 소형차로 바꿨다가 그래도 돈이 모자라 차를 팔아 생계비로 썼다. 어렵게 자란 김정민에게 가난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왕성한 활동을 해온 그는 “지난 4년간의 백수 생활은 참기힘든 ‘감금’이었다”고 털어놓는다.
아픔을 겪은 끝에 지난주 그의 새 음반이 나왔다. 지난 일요일 MBC ‘게릴라 콘서트’ 에 나온 김정민은 안대로 눈을 가린 채 관객의 수를 600명 정도로 짐작하며 고개를 떨구었다. 그러나 안대를 푸는 순간, 밝은 조명 때문에 찡그린 그의 눈에는 4년간 그를 그리워했던 6000여 팬의 모습이 점점 선명하게 보였고 그는 주루룩 눈물을 흘렸다.
스캔들 때문에 사장될 뻔 했던 김정민의 뮤직 비디오는 신현준과 손태영이 실제로 연인 사이가 되면서 오히려 화제가 되고 있다. 이젠 그의 타이틀 곡 제목처럼 ‘정상에서’ 팬들을 만나는 일만 남은 것 같다.
김영찬 시나리오 작가 nkjak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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