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행각’은 최근 한국 영화의 어떤 캐릭터보다 한심스럽다. 서울 청량리 일대의 사창가 ‘588’에서 빈둥거리는 ‘양아치’ 기태(장혁)와 철수(이범수)는 어느날 조폭의 중간 보스 민철(손창민) 밑으로 들어간다. 그러던 중 어느날 조직의 마약인 ‘정글 쥬스’를 손에 넣게 되고, 이를 팔기 위해 ‘588’ 매춘부와 함께 부산으로 떠난다.
언뜻 ‘버디 영화’의 전형처럼 보이는 ‘정글 쥬스’는, 하지만 마약을 팔겠다는 목표보다 그 과정에 지나치게 매몰되면서 방향타가 흔들린다. 장혁이 포르노에서나 볼 법한 체위로 찍은 섹스신이나 말 안듣는 조직원을 길들이기 위해 골프채로 코를 후려치는 장면 등은 양념이라기 보다 눈에 거슬리는 액세서리다. 이렇게 ‘정글 쥬스’는 “우리는 왜 양아치일까”로 머리를 쥐어 뜯기보다 “그래 우리 생 양아치다, 어쩔래?”에 가까운 영화다. ‘태양은 없다’에서 ‘양아치’로 나온 이정재는 “젠장, 나는 왜 안될까”하며 벽에 머리를 박지만, 장혁과 이범수는 마약을 팔다가 갑자기 일본에서 열리는 월드컵 경기를 보겠다고 맨 몸으로 대한해협을 건너겠다고 맘 먹는 인간들이다. 사회 부적응자들의 ‘귀여운’ 일탈로 갈 수 있었던 이 영화가 막판에 거북하게 느껴지는 것은 결국 생각 없음에 따른 양아치 이미지의 과잉 탓이다.
‘개같은 날의 오후’에서 각본과 조감독을 맡았던 조민호 감독의 데뷔작. 18세 이상 관람가. 22일 개봉.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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