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2000년대는? 단연 ‘놀이방 개그’의 시대다. 최근 출연자들이 유치한 게임을 즐기며 시청자를 웃기는 오락프로가 유행하고 있다.
90년대 유행한 ‘스탠딩 개그’란 ‘개그맨들이 서서(standing) 이야기하며 시청자들을 웃긴다’는 뜻에서 유래한 말. ‘하이(high) 코미디’로 평가되기도 한 ‘스탠딩 개그’는 이경규 김국진 김용만 신동엽 등 걸출한 재담꾼을 탄생시켰다.
미국의 토크쇼 방식을 도입한 SBS ‘쟈니윤 쇼’와 당시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가 성공했고 이후 ‘토크쇼’가 잇따라 생겨났다.
그러나 최근에는 KBS2 ‘토요대작전’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 MBC ‘목표달성 토요일’ SBS ‘좋은 친구들’ 등 연예인들이 ‘묵찌빠’, 끝말잇기와 같은 유치원생 수준의 게임을 하며 그 과정에서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놀이방 개그’가 주를 이룬다.
‘토요대작전’은 엉덩이로 상대방 밀어내기,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는 ‘묵찌빠’와 끝말잇기, ‘목표달성 토요일’은 콧김으로 촛불끄기와 반찬이름 대기, ‘좋은 친구들’은 반환점 돌아오기나 평균대에서 균형잡기 등으로 승자를 가린다.
벌칙 역시 유치하기는 마찬가지. 전 출연진이 남자인 ‘좋은 친구들’은 진 팀에게 벌칙으로 여장을 시키고 ‘목표달성 토요일’에는 뿅망치가,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에는 초코파이 빨리 먹기나 이마 때리기같은 아이템이 등장한다. 흡사 70, 80년대를 풍미했던 MBC ‘명랑운동회’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이 같은 ‘놀이방’ 수준의 오락프로들은 게임이 유아적이어서 시청자들의 수준을 무시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방송사 PD들은 “오락 프로의 시청자층이 10대 위주로 고정됐기 때문”이라며 “아무 생각없이 만들어야 반응이 좋은 게 씁쓸하다”고 말한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