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싫고 좋음이 분명해요. 싫은 사람한테는 쌀쌀맞게 대하지만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한없이 잘해주죠. 그만큼 감정표현이 솔직해요. 기태처럼 마음에 없는 소리할 정도로 쑥맥은 아니에요.”
여태까지 화면에 비친 모습으로만 예상했던 것과 달리 수화기를 통해 흘러나오는 음성이 퍽 부드러웠다. 그는 데뷔 이후 줄곧 반항아적 역할을 맡아왔기 때문이다.
“사실 그렇게 멋진 역만 한 것도 아니에요. ‘왕룽의 대지’나 최근 개봉한 ‘정글쥬스’에서는 ‘쌩’ 양아치로 출연했고 영화 ‘화산고’에서 맡았던 역할도 침 흘리고 서있으면 어울릴 법한 만화같은 캐릭터였죠. 그런데도 ‘고독한 반항아’같은 이미지가 따라다니는 걸 보면 참 신기해요.”
그는 자신의 고정된 이미지가 인지도를 높여주나 장기적으론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터프가이라고 해서 밥을 삽으로 떠먹는 건 아니잖아요. 그 사람도 웃을 줄 알고, 울 줄 알고, 무서워서 도망갈 줄도 아는, 그저 한 ‘인간’인 거죠. 30대를 준비하면서 인간적인 느낌이 묻어나는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30대? 그는 1976년생으로 올해 나이 스물 여섯이다. 30, 40대 연예인도 “마음만큼은 10대”라고 우기는 연예계에서 그의 이런 말에는 ‘성숙’과 ‘애 늙은이’의 상반된 느낌이 함께 묻어 왔다.
“20대를 그저 즐기는 것과 30대를 준비하며 20대를 보내는 건 차이가 많아요. 난 어렸을 때부터 그랬어요. 초등학교 다닐 때는 ‘내가 중학생 되면…’, 중학생 때는 ‘내가 고등학생 되면…’ 이런 식이었죠. 내가 생각했던 미래와 막상 접한 현재를 비교해보는 일, 재미있거든요.”
1998년 영화 ‘짱’으로 데뷔했으니 올해로 5년째다. 데뷔 당시 정우성과 닮았다는 이유로 ‘리틀 정우성’이라 불렸지만 이젠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을 찾았다고 생각한다.
“처음 영화배우 미키 루크와 브루스 윌리스가 똑같이 생겼다고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완전히 다른 색깔의 두 배우를 아무도 혼동하지 않잖아요. 우성이형과 닮았다는 게 제 인지도를 높였지만 다른 캐릭터로 승부해야죠.”
그는 영화 ‘기쁜 우리 젊은 날’에서 안성기가 맡았던 순수한 대학생같은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런 배역으로 터프 이미지속에 감춰진 부드러운 속내를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드러내면 여성 시청자들의 반응이 어떨지.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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