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진의 톡톡스크린]영화속 전화번호 쿡,쿡,쿡…"어, 아니잖아"

  • 입력 2002년 3월 28일 18시 30분


요즘 상영중인 홍상수감독의 영화 ‘생활의 발견’측은 영화속에 나오는 휴대전화 번호 때문에 한바탕 곤욕(?)을 치뤘지요.

주인공 경수(김상경)가 선영(추상미)에게 연락처를 묻는 장면에서요, 선영은 “공일칠 이공사 일육일칠이요”라고 번호를 불러줍니다. 누구 전화번호를 댄 걸까, 궁금해서 나중에 영화사측에 물어봤습니다.

그런데 저 말고도 그 번호를 궁금해하며 받아적은 관객이 엄청나게 많았더군요. 영화사측에 따르면 그 번호로 “추상미씨 맞냐”며 수백통이 넘는 전화가 걸려왔답니다.

문제는 그 번호의 주인인데요, 원래는 서울에 사는 어느 여고생의 것이었답니다. 영화를 찍을 때 홍감독이 즉석에서 떠오르는 번호를 대사에 집어넣었는데, 하필 실제 사용중인 번호였던 거죠. 촬영후 이 사실을 안 영화사측은 급히 그 여고생을 찾아 최신형 휴대 전화를 사주고 대신 번호를 넘겨받았죠. 그래서 지금은 이 영화 투자사의 간부가 사용하고 있습니다. (전화가 계속 걸려와서 그런지 아예 꺼놨더군요.)

오늘 개봉하는 ‘복수는 나의 것’에도 전화번호가 나옵니다. 주인공 류(신하균)가 장기밀매조직이 화장실에 붙여놓은 스티커를 보고 연락하는 장면이죠. 역시 그 번호가 궁금해 전화를 직접 걸어봤지요. 그랬더니 이 영화 스태프 중 한 분이 약간 놀라며 받으시더군요. ^^

이런 걸 보면 영화보다 ‘자본주의 꽃’으로 꼽히는 CF쪽이 마케팅 측면에서는 한 수 위인 것 같습니다. 한석규씨가 광고모델인 어느 이동통신 CF를 보면 여직원이 고객에게 전화번호를 묻지요. 그러면 그 고객은 당연한 듯 앞자리(01X)를 빼고 나머지 전화번호를 불러줍니다. 벌써 많은 분들이 전화를 해보셔서 아실텐데요, “안녕하세요, 한석규입니다” 하는 이 회사의 광고 메시지가 흘러나옵니다.

음. 또 궁금해집니다. 그럼, 할리우드에서는 어떻게 할까요? 개봉을 앞둔 외화 ‘세렌디피티’의 시사를 봤더니 거기에도 번호가 나오더군요. 뉴욕을 배경으로 존 쿠삭과 케이트 베킨세일이 주연한 로맨틱 코미디인데요, 영화속에서 베킨세일은 책 안에다가 ‘555-5510’라고 자신의 연락처를 적습니다.

저도 아직 이 번호까지는 확인 못했는데요, 누가 알려주실 분 없나요? 하긴, 이거 확인하려고 뉴욕까지 국제 전화를 거는 분은 설마 없겠죠? ^^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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