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정신분열증적인 코드의 ‘얼론’은 이렇게 매끄러운 이야기 전개나 막판의 반전에 기대기보다는 영화 내내 음습한 이미지를 이어가면서 이전 정통 스릴러 영화와 다른 점을 부각시킨다. 특히 아침에 일어나면 반드시 수면 시간을 노트에 체크하는 알렉스의 모습을 한 여성의 금속성 강한 속삭임에 담아 반복하는 장면은 ‘얼론’이 내러티브보다 이미지를 철저히 추구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얼론’은 막판까지 별 결론없이 이미지만 흩뿌리면서 ‘이미지 과잉’이라는 지적을 받을 듯 하다. 감독인 필 클레이든(25)은 경쾌한 편집과 뮤직비디오를 연상케하는 화면을 내세운 ‘트래인 스포팅’의 대니 보일, ‘스내치’의 가이 리치 등 1990년대 이후 영국 영화계를 주도한 감독의 후계자를 자처한 인물. 하지만 그는 선배들이 최소한 내러티브는 남겨놓았다는 점을 잊은 듯 하다. 18세 이상 관람가. 12일 개봉.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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