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진의 톡톡스크린]'초코파이'가 협찬 거절한 사연은…

  • 입력 2002년 4월 4일 17시 38분


오늘 개봉하는 영화 ‘집으로…’를 보면 초코파이가 나옵니다. 일곱살짜리 손자가 벙어리 외할머니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매개체로 쓰이죠.

손자를 위해 할머니는 꼬깃꼬깃한 쌈짓돈을 털어 초코파이를 삽니다. 할머니가 초코파이를 가리키자 가게 주인 할머니는 “아, 효꼬파이라카는 거? 손자 왔다카는데 내 한 개 더 줘야지”하며 두 개를 덤으로 줍니다.

나중에 손자는 아껴둔 마지막 초코파이를 할머니 보따리에 몰래 넣어드리죠. (꼭 ‘정’시리즈를 내세운 초코파이 CF같죠?)

이 장면을 보면서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초코파이가 떠올랐습니다. 남북한 병사들이 초코파이를 먹으면서 정답게 어울리는데요, “우리 북조선에서도 이런 맛있는 초코파이를 만들 수 있을 때까지…”라는 오중사(송강호)의 대사도 나오죠.

두 영화에서는 제품 이름이 나오는데다 상품까지 비춰지는 만큼 당연히 저는 PPL(Product Placement·영화속에 협찬사 상품을 넣어 홍보하는 마케팅 기법)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영화사에 물어보니 아니더군요. 동양제과는 한푼 안들이고 광고한 셈이죠.

애초에 두 영화사는 모두 동양제과에 PPL을 제의했었는데요, 흥행이 안될 것으로 판단됐는지 거절당했답니다. (만약 제가 감독이라면, 이 경우 경쟁사인 크라운이나 롯데 초코파이를 쓸 겁니다. ^^)

그런데 ‘JSA’가 ‘대박’을 터뜨리자 뒤늦게 동양제과 쪽에서 초코파이 CF에 ‘JSA’장면을 사용하고 싶어했지요. 이번엔 영화사 측에서 싫다고 했답니다.

‘집으로…’가 흥행에 성공하면 진짜 시골 할머니에서 배우가 된 주인공 김을분 할머니가 이번엔 초코파이 CF모델이 되실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김 할머니가 CF에 안 나오셨으면 좋겠습니다. 왠지 ‘산골 소녀 영자’가 떠올라서요. 여러분은 어떠세요?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P.S. 지난주 ‘톡톡 스크린’에서 제가 ‘555’번으로 시작하는 할리우드 영화 국번에 대해 궁금해했던 것 기억하시죠? 국내와 미국에서 많은 분들이 제게 e메일로 알려주셨습니다. 미국에서 555로 시작하는 번호는 우리의 114에 해당하는 555-1212 하나뿐이랍니다. 555국의 다른 번호는 없다는군요. 실제 번호를 썼다가 소송 당한 적이 있어 이후 영화속 전화번호는 모두 555로 시작합니다(1993년의 영화 ‘라스트 액션 히어로’에는 ‘555’국번과 관련된 내용도 나온다네요). 다른 독자들과 저의 궁금증을 풀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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