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컷, 됐어요, 그냥 빨려 들어가는군!”
5일 오후 5시, 서울 여의도 KBS 본관 3층의 버추얼 스튜디오. 시사 다큐멘터리 ‘추적 60분’(KBS2 토 밤 10시)의 새 진행자 김민전교수(37·경희대 국제지역학부)가 첫회인 ‘신종 마약, 엑스터시의 유혹’편 녹화를 마치고 블루스크린이 뒤로 쳐진 단상에서 상기된 표정으로 걸어 내려왔다.
김교수는 “시사 토론회에 패널로 나와 주장을 펴기보다 진행자로서 사실을 객관적으로 전달하는 게 몇 배는 더 힘들다”며 송골송골 맺힌 이마의 땀방울을 닦았다. 김현 책임 PD는 “화면 효과가 좋은 김교수의 마스크에 명쾌한 말투가 더해져 프로그램의 흡입력이 몇 배는 세졌다”며 웃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동안 5∼8%의 낮은 시청률을 기록해 온 ‘추적 60분’. 특별한 진행자 없이 PD들이 무게잡는 진행으로 코미디 프로그램의 패러디 대상이 돼왔다. 발랄한 VJ들이 6mm 캠코더를 들고 누비는 ‘VJ특공대’(KBS2 금 밤9·50)와 카리스마 짙은 문성근 진행의 ‘그것이 알고싶다’(SBS 토 밤10·50) 등에 밀려 전통 시사 다큐의 명성을 잃은 지 오래. 그러나 이날 녹화장의 분위기는 사뭇 들떠 있었다. ‘포토제닉 카리스마’ 김교수가 과거의 명성을 되찾아줄 것을 기대하는 분위기.
김 교수는 다른 이유로 들떠 있었다.
“제가 수락한 일이 이렇게 큰 일인 줄 몰랐어요. ‘그때 내가 제정신이 아니었구나’ 생각밖에 안 들어요.”
서울대 외교학과를 나와 미국 아이오와대에서 미국의회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국회 사무처 연수국 교수 등을 지낸 그는 정치통. KBS심야 토론 패널로 세 번 나온 게 방송경험의 전부이지만 그 때마다 강렬한 인상을 남겨 ‘추적60분’팀에 합류하게 됐다.
학교수업에 더해 이번 달에만 3편의 논문 발표를 해야 하는 빡빡한 일정 속에서 그는 방송을 위해 따로 준비할 시간을 마련하지 못해 고민이다. 김교수는 그러나 “남들에게 보여주는 진행이 아닌, 내가 배우는 진행을 한다는 자세로 방송하겠다”고 다짐한다.
1991년 결혼해 10살짜리 딸과 6살짜리 아들의 엄마이기도 한 김교수는 “교수가 아닌 엄마로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사회를 더 깊숙이 배우고 더 살 만한 곳으로 만드는 데 한 몫 할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추적 60분’은 김 교수의 합류와 함께 그동안 ‘대책 마련 시급’ 일색의 아이템에서 탈피해 ‘개인화’와 ‘세계화’를 화두로 한 소재 발굴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