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터뷰]예지원 "메두사머리로 남자 휘감을 것"

  • 입력 2002년 4월 24일 18시 48분


탤런트 예지원(29)은 차분해보이는 외모와 달리 엉뚱한 구석이 많다.

2000년 SBS 드라마 ‘줄리엣의 남자’에 나올 때만해도 청순미를 발산하던 그였지만 2001년부턴 SBS 시트콤 ‘여고시절’에서 여깡패로 돌변했다.

‘명랑소녀 성공기’ 후속으로 5월 8일 시작하는 SBS 수목드라마 ‘나쁜 여자들’에서 당찬 커리어우먼 오정화 역을 맡은 그는 18일 제주도 촬영 현장에 느닷없이 ‘폭탄 맞은’ 머리모양을 하고 나타났다.

“일명 ‘베르사체’ 머리라고, 메두사 머리를 본딴 한 해외 명품의 로고랑 똑같다나 뭐라나. 이 머리하느라 파마를 두번이나 했어요. 촬영 전에 머리 부풀리는데만 1시간씩 걸리죠. ‘여고시절’과 촬영을 병행하기 때문에 하루는 머리를 폈다가 하루는 꼬았다…. 이 드라마가 끝날 무렵이면 아마 머리카락이 다 뽑혀 있지 않을까….”

이 독특한 헤어스타일은 그의 아이디어. 극 중 프랑스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자유연애사상을 지닌 오정화는 직장상사인 유부남(김병세)과 불타는 연애를 한다.

“카르멘처럼 정열적 여인이에요. 이미지 연출을 위해서 머리모양을 어떻게 할까 몇날 몇일을 고민한 머리에요, 이게.”

그의 엉뚱한 캐릭터는 영화 ‘생활의 발견’에서도 엿볼 수 있다. 마음에 드는 남자 앞에서“안돼요…, 돼요 돼요” 식의 내숭과 대담성을 보여주던 그는 배경음악 하나 없이 두 남자 앞에서 고전무용과 살사 댄스를 춰 관객들의 배꼽을 빼놓았다.

그는 국악예고 시절 고전무용을 전공한 상당한 춤 실력의 소유자. 이번 드라마에서도 오정화의 취미는 재즈 댄스로 설정돼 있다.

“춤을 추고 나면 왜 이렇게 ‘업(Up)’되는지…. 연기생활을 하는데 도움이 많이 돼요. 하다못해 ‘여고시절’에서 앞발차기할 때 다리가 일자로 올라가는 것도 무용을 안했으면 불가능하죠.”

그는 ‘여고시절’에서의 ‘리얼한’ 연기 때문에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연기가 아니냐”는 오해를 사기도 하지만 그의 연기력은 하루 아침에 다져진 게 아니다.

TV 데뷔전 무대에서 닦은 실력이 만만치 않다. 1994년 서울예대 방송연예과를 졸업한 뒤 연극 ‘불지른 남자’를 비롯해 MBC 마당놀이 ‘황진이’, 영화 ‘뽕’, 뮤지컬 ‘방황하는 별들’에 출연하는 등 도전해보지 않은 장르가 없다.

“연기에서 가장 중요한 건 ‘흥’인 것 같아요. 어떨 땐 드라마 찍을 때도 마당놀이를 하는 기분으로 연기하죠. 생각지 못했던 애드리브도 튀어나오고….”

이제 곧 서른을 앞둔 그에게 결혼 생각을 묻자 “하늘을 봐야 별을 딸 것 아니냐”며 “너무 바빠서 남자 만날 시간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여고시절’과 ‘나쁜 여자들’에 겹치기 출연하는 것도 모자라 그는 영화 ‘2424’에서 조폭 남자친구의 다이아몬드를 훔치는 어설픈 도둑 역을 맡아 촬영 중이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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