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지 않으면서 함께 사는 것, 사랑하지만 함께 살 수 없는 것. 둘 중 어느 것이 옳을까요. 그건 저도 모르겠어요. 다만 이 드라마를 통해 도덕과 사랑의 경계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었죠.”
MBC 월화드라마 ‘위기의 남자’에서 40대 유뷰남이 된 옛사랑을 유혹하는 연지역의 배종옥. 그는 불륜의 현장을 들키고도 그의 아내에게 “네가 사랑하는 것보다 더 그 사람을 사랑한다”고 당당히 말할만큼 뻔뻔하지만 혼자 있을 땐 죄책감에 시달리며 끝도없이 무너진다.
“요즘 자주 아파요. 연지라는 인물에 푹 빠져 축복받지 못한 사랑의 고통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죠. 겉으로 봤을 때는 부족함이 없지만 내면에는 끊임없는 목마름과 알수 없는 공허감에 시달리는 여자죠.”
극 속에서 평탄했던 한 가정은 그로 인해 이혼의 위기에 처한다. 결혼의 위기란 사실 그에게 그리 낯설지만은 않다. 배종옥은 1993년 결혼했지만 1년만에 이혼했다.
“별로 말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에요.
결혼도 힘든 일이지만 이혼은 몇백배 힘든 일이죠. 처음으로 겪었던 실패의 기억은 저를 한층 성숙하게 했어요. 세상은 내가 원하는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구나…. 그 때 처음 알았죠.”
그는 올해 서른 여덟이다. 연기경력 17년의 중견인 그는 꽃다운 청춘이 다 지나버린 지금 의 나이가 더할 수 없이 좋단다.
“20대땐, 감성이 이성을 추월할 때마다 늘 열병을 앓았어요. 지금은 너무 젊지도, 너무 늙지도 않은 나이. 마음이 원하는 걸 할 수 있는 기력이 있으니까 더할 수 없이 좋은 나이지요.”
그는 늘 책을 가까이 하며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려 애쓴다.
“최근 ‘카트린M의 성생활’이라는 책을 재미있게 읽었어요. 프랑스의 미술평론가 카트린 밀레가 18세때부터의 자신의 성생활을 담담한 필치로 그려낸 작품이죠. 나와 다른 세계에 사는 그의 삶을 통해 인간의 다양성을 이해할 수 있게 됐어요.”
삶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다는 그는 올 가을 개봉하는 영화 ‘질투는 남의 힘’에서 사진기자 박성연 역을 맡아 유부남과 청년 사이를 오가며 갈등하는 30대 여성의 복잡한 내면심리를 보여줄 계획이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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