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권택 감독의 신작 영화 ‘취화선’이 칸 영화제 공식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이 시대의 거장 임권택 감독의 연출력은 물론, 벌써부터 주연 배우인 최민식의 열연에 대한 관계자들의 칭송이 자자하다. 기왕이면 이 영화가 칸 영화제에서도 감독상이나 남우주연상을 거머쥐고 와서 골프의 최경주처럼 한국인의 우수함을 세계에 알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지만 엄청난 액수의 경제적 풍요가 보장되는 국제적 스포츠 스타에 비해 영화계의 스타는 그리 실속은 없는 편이다. 베니스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던 강수연은 ‘월드 스타’라는 큰 명예를 얻었지만 큰 부를 얻지는 못했다.
하물며 배우들도 그러한데 감독은 말할 필요 없다. 요즘 충무로에서 현업 영화감독 중 특급대우를 받는 몇 사람의 연출료는 대강 1억원 선이다. 물론 1억원이 적은 액수는 아니지만 유명 감독들이 보통 2∼3년에 한 작품씩 만든다는 점을 감안하면 평균 연봉은 3000만∼5000만원선인 셈이다.
특급 대우를 받는 감독이 이 정도니 나머지 감독들은 오죽할까? 감독료 3000만원정도 받고 데뷔하는 신인감독들은 대부분 그 작품을 3년 이상 준비해 온 사람들이다. 7, 8년째 준비하고 있는 신인감독들도 허다하다. 그나마 연출한 영화가 좋은 평가를 받아 다음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기회로 이어진다면 좋겠지만, 실상은 한 작품 만들고 영화계에서 사라지는 감독도 수두룩하다. 몇 년의 연출부 생활을 거쳐 조감독이 되고, 또 몇 년을 감독 밑에서 일하다가 겨우 감독이 되는데 그 동안의 이들의 생활을 설명하자면 가슴이 아프다.
사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 영화감독들은 다 이런 고생을 거친 사람들이다. 드라마 ‘장미와 콩나물’에서 영화감독한답시고 매일 시나리오만 붙들고 있다가 아내를 고생시켰던 손창민 역할이 강제규 감독을 모델로 했다는 소문이 있었다. 강제규 감독은 오랜 고생 끝에 영화 ‘쉬리’ 이후로 밀려드는 투자자들을 감당 못할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신라의 달밤’의 김상진 감독, ‘친구’의 곽경택 감독, ‘공동 경비 구역 JSA’의 박찬욱 감독 등은 위에 열거한 작품이 성공한 뒤 본인들이 직접 제작자까지 겸하고 있어 차기 작품들이 성공하면 엄청난 부를 얻을 수 있다.
‘시네마 서비스’라는 영화계 최고의 공룡을 이끌고 있는 강우석 감독은 대박 영화를 연출한 감독이자, 한국 영화 최고의 투자자 및 배급자로서 충무로를 이끌어가는 사업가다. 스스로 감독하고, 투자하고, 제작하고, 배급하는 영화에 자신의 감독 연출료는 얼마나 받을지 문득 궁금해진다. 이제 그는 가난하면서도 영화에 대한 열정만으로 살고 있는 수많은 감독지망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존재가 된 것이다. 제 2, 제 3의 강우석감독이 계속 나와 재능 있는 감독들에게 영화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면 한국 영화계의 앞날은 밝을 것이다.
김영찬 시나리오 작가 nkjak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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