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5시경. 서울 도심의 청계고가도로 청계 6가에서 7가 방향 2차선 위에서는 한 사내가 여자를 들쳐업고 뛰어다니고 있었다. 반대 차선의 자동차 속도는 떨어졌고, 인근 동대문에서 심야 쇼핑을 마친 이들도 모여들었다.
이창동 감독의 신작 ‘오아시스’ 촬영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날 촬영은 교도소에서 출소한 뒤 카센터에서 일하는 종두(설경구)가 뇌성마비 장애인 공주(문소리)와 데이트에 나섰다가 길이 막히자 그를 업고 자동차 라디오 음악소리에 맞춰 춤을 추는 장면으로 영화의 클라이막스.
19일 오전 3시부터 오전 6시까지 대표적인 교통 혼잡지역인 청계고가도로를 ‘점령’한 제작진은 경찰의 협조하에 외곽방면 교통을 전면통제하고 엑스트라로 동원한 택시 승합차 승용차 등 각종 자동차 100여대를 배치해 정체 상황을 연출했다.
제작진은 교통 정체를 우려한 서울경찰청과 6개월 넘게 씨름을 벌이다 촬영 이틀 전인 17일 가까스로 허가를 얻었다. 평소 촬영 현장에서 사색에 잠기다 조용히 촬영 지시를 내리는 것으로 유명한 이창동 감독도 이날만큼은 메가폰으로 소리를 질러가며 엑스트라들의 움직임까지 일일이 지시했다. 69년 청계고가도로 개통 이후 이 곳에서 처음으로 영화 촬영에 성공한 이 감독은 “이제 도심에서의 영화 촬영도 마라톤이나 종교행사처럼 우리 문화의 일부로 받아들여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오아시스’는 22일 태국에서 아기 코끼리가 등장하는 마지막 장면을 촬영한 뒤 후반작업을 거쳐 8월 9일 개봉될 예정이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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