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칸영화제]팔레스타인 영화 '신의 개입' 뜬다

  • 입력 2002년 5월 23일 17시 25분


'신의 개입'의 감독 엘리아 슐레이만(왼쪽)과 여주인공 마날 카델
'신의 개입'의 감독 엘리아 슐레이만(왼쪽)과
여주인공 마날 카델
《올해 황금종려상의 영광은 누가 차지할 것인가. 칸 국제 영화제가 중반을 지나면서 경쟁 부문 진출작의 윤곽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21일(현지시간)까지 공식 시사를 마친 작품은 22편의 경쟁 진출작 중 절반이 넘는 14편. 그러나 아직까지는 평단과 관객을 모두 열광시킬 만한 작품이 나오지 않은데다 후반부에 화제작들이 배치돼 있어 마지막까지 승자를 점치는 것은 힘들다는 것이 현지 분위기다. 전체적으로는 지난해에 비해 올해 칸 진출작의 면면을 보면 일반 관객과의 소통보다는 감독이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추구한 작가주의 경향이 심화됐다. 이에 대해 할리우드 리포터는 “지난해에 비해 전체적인 작품 수준은 훨씬 높아졌지만 열기는 상대적으로 적다”고 평가했다.》

▽종려나무를 향한 황금빛 꿈〓‘르 필름 프랑세’ ‘무빙 픽처스’ ‘쥐르방’ ‘스크린’ 등 영화 관련 매체들은 매일 경쟁 부문 진출작에 대해 평점을 매기며 수상 후보를 점치고 있다. 영화에 대한 평가는 이들 매체 성격에 따라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호평을 받고 있는 작품은 마이크 리 감독(영국)이 ‘올 오어 낫싱(All or Nothing)’와 마이클 무어감독(미국)의 다큐멘터리 ‘볼링 포 컬럼바인(Bowling for Columbine)’, 엘리아 슐레이만 감독(팔레스타인)의 블랙코미디 ‘신의 개입(Intervention Divine), 그리고 폴 토마스 앤더슨감독(미국)의 로맨틱 코미디 ‘펀치 드렁크 러브(Punch-Drunk Love)’ 등 4편이다.

전통적으로 칸 경쟁부문 진출작들은 별 하나에서부터 별 넷까지 평가가 극단적으로 엇갈려왔지만 이 네 작품은 비교적 골고루 높은 점수를 받은 영화.

‘올 오어 낫싱’이 황금종려상을 수상할 경우 마이크 리감독은 ‘비밀과 거짓말’(1996) 이후 두 번째로 이 상을 수상하게 된다.

‘볼링 포 컬럼바인’은 다큐멘터리로서는 46년만에 칸 경쟁부문에 진출한 작품. 1999년 미 컬럼바인 고교 총기난사 사건을 다뤘다.

후반부에 시사 일정이 잡혀 있는 영화 중 주목할 만한 작품은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피아니스트’와 올 영화제의 최대 스캔들로 꼽히는 감독의 ‘되돌이킬 수 없는(Irr´esvesible)’ 지아장커 감독의 ‘미지의 즐거움(Unknown Pleasure )그리고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 등이 있다.

▽이스라엘 vs 팔레스타인〓뿌리깊은 증오의 역사를 가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영화가 올 칸 경쟁부문에 나란히 진출한 것도 이번 영화제의 화제거리였다.

이 때문에 현지 언론들은 대부분 이스라엘 아모스 기타이 감독의 ‘케드마(Kedma)’와 팔레스타인 슐레이만 감독의 ‘신의 개입’을 비교해서 소개하고 있다.

두 작품 모두 영화제 초반과 중반에 시사를 끝내 이미 평가가 나온 상태. 언론의 호평이 쏟아지고 있는 ‘신의 개입’에 비해 ‘케드마’는 작품성이 떨어진다는 평.

중동의 현실에서는 팔레스타인이 약자지만, 프랑스 해변 도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장외 대결’에서는 팔레스타인이 ‘승리’를 거두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영화에 황금종려상이 주어질 경우 칸이 짊어지게 될 정치적인 부담 때문에 평론가들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신의 개입’의 수상 여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취화선’의 수상 가능성〓폐막일(26일) 직전인 24, 25일 시사 날짜가 잡혀있는 ‘취화선’은 아직 공식 상영을 하지 않은 탓에 언론에는 거의 언급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올해는 중동 영화를 제외하고는 경쟁 부문에 진출한 아시아 영화로는 중국 지아장커(賈樟柯)감독의 ‘미지의 즐거움’과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 밖에 없는데다, 자신만의 예술혼을 추구한 장승업의 일생이 작가주의 영화를 선호하는 칸 영화제의 성격과도 맞아떨어진다는 점에서 한국 영화 관계자들은 대상은 아니더라도 심사위원상이나 남우주연상 등 부문상 수상을 내심 기대하고 있다.

또 심사위원 중 한명인 인도네시아 여배우 크리스틴 하킴이 부산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을 맡는 등 한국과 인연이 깊다는 점도 ‘취화선’측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칸(프랑스)〓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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