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는 이 기사를 보도하기 위해 희생자들의 가족, 친구, 동료들을 조사한 결과 건물 상층부에 갇혔던 353명이 사랑하는 이들과 전화통화를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중 157명이 이 신문의 인터뷰에 동의했다.
이 신문은 또 전화교환원을 통한 통화시간대 기록을 검토하고, 경찰구급대에 접속된 통화를 듣는 한편, 20여개의 비디오 테이프를 보고, 경찰과 소방관들 사이에 있었던 15시간 분량의 무선대화 기록을 청취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모든 정보들을 종합해서 뉴욕타임스는 '죽어가는 건물에서의 살아남기 위한 투쟁' 이라는 제목으로 9.11 테러공격이후 처음으로 '마지막 순간들'을 재구성했다.
다음은 이 기사의 내용.
테러범들이 장악한 여객기가 세계무역센터 건물에 돌진한 뒤 이 건물 상층부에 갇혔던 1100여명은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부르며 출구를 찾아 필사적으로 달렸다.
남쪽 건물에 있던 약 300명과 북쪽건물에 있던 800명은 첫번째 비행기가 충돌하고 두번째 건물이 붕괴하기 전까지의 102분동안 지옥의 현장을 탈출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부림쳤으며 제2빌딩에 있던 18명만이 죽음에서 탈출할 계단을 찾을수 있었다.
다른 200명은 헬리콥터로 구조되기를 바라고 건물옥상으로 달려갔으나 짙은 연기가 건물을 둘러싸 헬기가 접근할 수 없었다. 당시 남편 샌 루니가 옥상에서 건 전화를 받았던 비벌리 에케트는 "옥상을 통해 탈출할 수도 있다는 믿음이 그들을 희생시켰다"고 말했다.
첫번째 공격을 받은 북쪽 건물은 맨 위에서 아래로 19번째 층, 두번째는 남쪽 빌딩의 맨 꼭대기에서 아래로 33번째 층에 납치 비행기가 충돌했다.
전체 희생자 2823명의 3분의 2에 달하는 1946명이 비행기가 충돌한 뒤 한시간 이상 지난 뒤 건물이 붕괴할 때 사망했다.
상층부에 갇혔다가 드물게 살아남은 사람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들의 운명을 결정지은 것은 운이나 누군가의 영웅적인 행위 그 이상의 문제였다.
밑으로 내려가기로 선택한 사람들은 제2건물에서 유일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계단이 불길과 연기에 휩싸인 것을 발견했다. 계단을 몇개 내려갔던 서너명이 뒤돌아서 다시 올라왔다.
그러나 로널드 디프란시스코와 브리안 클락은 도와달라는 소리를 따라 더 내려갔다. 그들은 파편에 깔린 스탠리 프라임내스를 구출한뒤 연기가 걷혀가는 것을 발견했다. 계속 달려내려와 결국 살았다.
그러나 비행기 충돌의 충격으로 사실상 두 동강이 난 제1건물에는 그 같은 계단이 없었고 91층 이상에 있던 1344명 전원이 사망했다.
비디오 테이프를 보면 최소 37명, 많게는 50명이 북쪽 건물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와 불길을 피하기 위해 창문으로 뛰어내렸다.
한 건물의 86층과 89층에서는 폭발로 뒤틀려 열리지 않는 문들을 억지로 연뒤 자신들은 살아 나오지 못한 항만청 노동자들 덕으로 최소한 28명이 살았다. 남쪽 건물에서는 얼굴을 붉은 손수건으로 가려 누군지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 사람들에게 계단쪽을 가르키며 서있어 여러명의 생명을 구했다.
"걸을 수 있는 사람은 누구나 일어서서 걸었다.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거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보면 도우며 내려갔다"고 린 영씨는 말했다.
그는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무명의 영웅이 한 여인을 등에 업고 "계단은 이쪽"이라고 외치던 것을 회상했다. 연기가 덜 나는 구역에 도착하자 그 영웅은 여인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뉴욕=홍권희 특파원>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