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터뷰]'냉혈남' 변신 김태우 "외유내강이란 말 아세요?"

  • 입력 2002년 5월 28일 17시 31분


탤런트 김태우(31)는 아래로 처진 선량한 눈매 때문에 출연작마다 ‘순둥이’나 ‘바보’ 역을 도맡았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서는 심약한 남한병사 남성식 역을, 드라마 ‘거짓말’에서는 덜 떨어진 장어 역을 맡았다.

드라마 ‘푸른안개’에서는 강한 인상을 주고자 눈썹도 치켜 그리고 짧게 자른 머리를 염색까지 해봤지만 어설펐다. 그러던 그가 SBS 주말극 ‘그 여자 사람잡네’에서 ‘웬일로’ 두 여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유학파 엘리트 오천수 역을 맡았다.

“늘 여자를 짝사랑하는 역할만 했는데, 살다보니 이런 일도 있군요.”(웃음)

그는 극 중에서 오랫동안 교제하던 여자친구 상아(한고은)와 결혼을 앞두고 다툼이 잦아지자 상아의 친구 복녀(강성연)와 가까워진다.

“이지적이고 차가운 캐릭터예요. 집안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인물이라 야심도 만만치 않지요. 잘 안 어울린다고요? 원래 외유내강(外柔內剛)이 무서운 거예요.”

그러나 지난해 3월 결혼한 권은정씨와의 러브스토리를 들어보면 드라마에서 보던대로 그가 보기드문 ‘순정파’임을 알 수 있다. 그는 7년 동안 열렬한 연애 끝에 결혼했다. 7년 내내 아내가 미국에 유학을 떠나 있었지만 매주 편지를 보내며 사랑을 지켜왔다.

“대학 1학년(중앙대 연극영화과) 때 여탕 구경가는 기분으로 친구랑 함께 아내가 다니던 여대에 놀러갔었어요. 아내는 그 친구의 친구였지요. 친구가 아내를 소개해주는데, 저는 그 첫인상을 잊을 수가 없어요. 딱붙는 청바지에 질끈 동여맨 머리, 새하얀 얼굴….”

그는 얼마전 영화 ‘버스, 정류장’에서 15년 연하의 고등학생과 사랑을 나누는 32세의 학원강사 역을 맡아 열연했으나 영화는 흥행에 실패했다. 기자가 “‘버스, 정류장’이 잘 안됐는데…”라며 조심스레 말을 건네자 “망했죠, 뭐. 괜찮아요”라며 소탈하게 답한다.

“흥행은 안됐지만 작품성에선 성공했다고 생각해요. 그러고보면 영화를 고르는 일은 참 어려워요. 늘 전작이 따라다니잖아요. 검토중인 시나리오요? 검토는 늘 하죠. 저한테 안 들어온 것도 하죠.”(웃음)

그는 기계에 노예가 되는 게 싫어 휴대전화도 받지 않는다. “인터뷰 약속을 잡기가 좀처럼 쉽지 않더라”고 말하자 “god의 김태우랑 헷갈린 거 아니에요?”라고 능청스레 받아넘긴다.

“조카녀석이 자기 삼촌이 김태우라고 하면 친구들이 다 달려들다가, god 김태우가 아니라 탤런트 김태우라고 하면 ‘에이∼’ 그런데요. 재미있죠?”

김수경기자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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