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9개월’이 피곤함의 전부였을까?
2020년 통일 한국의 가상 도시인 ‘인터 시티’를 배경으로 거대한 음모에 맞서는 특수수사대의 활약을 그린 이 영화에서 김승우는 특수 수사대를 이끄는 리더 ‘석’으로, 김윤진은 그의 파트너이자 범죄심리분석가 ‘희수’로 호흡을 맞춘다. 둘 다 SF는 처음. 특히 그동안 ‘신데렐라’ ‘호텔리어’ 등 TV 드라마에 전력하다 ‘비밀’ 이후 2년 만에 영화에 출연하는 김승우는 처음으로 강한 남성의 캐릭터를 맡았다.
“마루 운동이 주종목인 체조 선수가 안마에 출전하는 격이라고나 할까요. 하지만 어차피 체조 선수는 각 부문의 총점으로 평가받으니까 한번은 해내야하는 캐릭터였죠.”
‘예스터데이’는 살인 사건을 둘러싼 미스터리에 집중하면서 음울한 화면을 만들어냈다. SF의 바이블로 꼽히는 ‘블레이드 러너’의 미래 도시 풍경에 연방 소나기를 퍼부어대는 ‘세븐’의 세기말적인 분위기를 연상케 한다. 살인범 골리앗(최민수)에게 아들을 뺏긴 석은 차디찬 잿빛 복장으로, 희수는 인간미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냉철한 커리어우먼 스타일을 유지하며 평소 캐릭터와 전혀 다른 이미지를 끌고 간다.
이들은 TV 드라마에서는 연타를 기록했고(김승우),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가능성을 연 ‘쉬리’의 여주인공(김윤진)이었지만, 정작 지난해 한국 영화 흥행 바람에는 합류하지 못했다.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영화의 앞날을 유창한 영어로 설명했던 김윤진은 지난해에는 TV에도 등장하지 않았다. 이들은 “자신에게 맞는 영화가 있기 마련인데, 지난해에는 내 ‘제품’이 없었던 것 같다”고 잘랐다
영화 속에서 이들의 공적은 골리앗. 인터 시티를 공포로 몰아넣는 살인 사건의 배후인 골리앗역은 이들의 한참 선배이자 스크린 안팎에서 서로 교류가 거의 없었다는 최민수다. 특히 처음으로 강인한 캐릭터를 맡은 김승우로서는 한국 영화계의 간판 터프 가이와의 협업이 적잖게 신경쓰였을 듯.
“많이 배우고 싶은 선배인데, 자신을 잘 열지 않더군요. 워낙 자신의 테두리가 견고한 분이라….” ‘예스터데이’의 스토리를 내내 이끌어가는 두 남자 배우는 촬영장에서도 결국 맨 마지막 장면에서 마주쳤다고 한다.
인터뷰는 광고 기획자 출신인 신인 감독 정윤수에 얽힌 여러 ‘비화’(남자 주인공은 멋있어야 한다며 격투신을 찍은 뒤 구겨진 옷을 다림질하고 다시 촬영에 들어가는 등)까지 이어져 결국 월드컵과 영화의 ‘상관 관계’까지 나아갔다. 기자가 “지난해 ‘무사’ 개봉 시점에 9·11 테러로 지장이 컸는데 ‘예스터데이’는 그 대신 월드컵”이라고 했더니, 김승우는 “16강에만 오른다면야 흥행이 문제냐”고 말했다가 동석한 영화사 관계자의 눈총을 받았다. 이에 2002년 한일 국민교류의 해 친선외교사절로도 활동중인 김윤진은 “월드컵 개·폐막식과 한국-미국 전 등에 참석하기 때문에 영화를 알릴 기회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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