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예전에도 연기에 재능 있는 가수들이 가끔 드라마에 출연하곤 했다. ‘산울림’의 김창완은 꽤 여러 편에 비중 있는 조연으로 출연한 중견 연기자(?)고, 미니시리즈 주인공을 했던 권인하, 구수한 사투리 연기로 인기를 끌었던 이상우 최진실과 함께 연기를 했던 강수지 등이 가수 겸 연기자의 계보를 유지했고 김수철 이승철 윤도현 등은 영화에 주인공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김민종이나 엄정화는 언뜻 가수가 연기로 성공한 경우로 볼지 모르지만 사실 이들은 영화로 데뷔한 연기자 출신이기 때문에 연기자가 가수로 성공한 경우라고 해야 맞다. 과거에는 인기 가수들이 가수 활동을 하면서 어쩌다 한 번 드라마에 나와서 화제가 된 정도였지만 요즘은 아예 본격적으로 연기자로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왜 이렇게 갑자기 가수들이 연기에 뛰어드는 걸까? 우선, 음반 시장의 위축을 들 수가 있다. MP3가 등장하면서 음반시장이 서서히 위축되더니 최근에는 극심한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둘째, 쇼 프로그램의 쇠퇴를 들 수가 있다. 쇼 프로그램이 한창 인기 있던 시절에는 유명 쇼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하기만 해도 폭발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었지만 이젠 그럴만한 간판급 쇼 프로그램이 없다.
또 가수들의 외모가 연기자 뺨치는 수준인데다 뮤직비디오를 찍으며 다져진 연기에 대한 자신감이다. 4∼5년 전부터 드라마식 뮤직비디오가 인기를 끌면서 가수들이 뮤직비디오를 찍으며 연기를 해볼 기회가 많아졌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가수의 수명이 너무 짧아졌기 때문이다. 연기자의 경우 나이를 먹으면 그 나이에 맞는 역할로 드라마에 출연할 수 있고 자기 관리만 잘하면 안성기처럼 50대에도 주인공으로 당당하게 영화에 출연할 수 있다.
하지만 가수의 경우는 어떤가? 30대에만 접어들어도 벌써 한물 간 느낌이 든다. 50대의 나훈아나 조용필은 아직 건재하긴 하지만 활동이 뜸하다. 신승훈 이승환 김건모처럼 30대 중반을 넘어서도 여전히 인기를 유지하는 경우도 있지만, 10대 위주의 음악이 주류를 이루는 한국의 가요 시장에서 인기 가수의 수명은 짧을 수 밖에 없다. 장년 가수들이 출연할 만한 가요 프로그램은 KBS ‘가요무대’ 등 극히 일부에 한정돼 있어서 태진아 송대관 설운도 등 단지 몇 명의 장년 가수들만이 고군분투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중의 입장에서는 스타의 다양한 재능을 보는 것도 즐겁지만 최근 가수들의 드라마 출연 경쟁이 왠지 가요계의 위기를 말해주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다.
김영찬 시나리오 작가 nkjaka@hanmail.net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