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막한 외신 뉴스, 일간지의 두어줄짜리 해외토픽, 인터넷 검색 중 우연히 발견한 사진 한 장, 이런 것들로부터 ‘와! e 멋진 세상’은 시작된다.
하지만 이 사진과 기사를 접한 제작진의 첫 반응은 90%가 “미치지 않고서야…”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고 어찌보면 어리석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 그대로 ‘산 넘고 물 건너’ 도착한 머나먼 이국땅에서 단 한번도 취재 대상이 미친 사람이었던 적은 없었다. 어쩌면 이는 당연하다. 한국에서야 말이 안 되지만 그들의 관점에서 보면 나름대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때때로 한국에서 준비해간 구성안은 그 자리에서 휴지통으로 직행하고 새 구성안이 현장에서 만들어진다. 단순한 풍물기행 프로그램이라면 펑크날 뻔한 상황도 있었지만 ‘와! e 멋진 세상’은 그들의 생활과 철학을 전달한다는 취지 아래 촬영을 진행해왔다.
촬영 중 만난 이들의 기행은 끝이 없지만 그 이면에는 뭉클한 사연이 담겨 있다. 30㎝짜리 정원수를 20m나 되는 거목으로 키우기 위해 평생을 가족과 떨어져 지낸 한 남성은 나무가꾸기로 부족 독립의 염원을 표현했던 애국자였다. 30년간 펭귄옷을 입고 날생선을 먹으며 살아온 한 할아버지는 다리 장애를 극복하고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그랬다. 20㎏짜리 맥주통에 불을 붙인 뒤 이를 등에 이고 경주하는 어느 마을의 축제는 수백년간 마을 주민들의 단합을 도모한 전통적 행사였다.
촬영을 마친 제작진은 늘 숙연해졌다. 누가 이들을 “미쳤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이처럼 세상 사람들의 생각과 살아가는 방식의 차이를 인정하는 데서 ‘와! e 멋진 세상’은 출발한다. 흑백논리가 지배하는 경직된 한국사회에서 ‘와! e 멋진 세상’은 단순히 세계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아닌,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해주는 거울이 되고자 한다.
이 모 현 MBC ‘와! e멋진 세상’ 담당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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