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 로맨스 판타지 스펙터클 등 인종과 세대를 넘어 즐길 수 있는 요소의 집합체인 ‘스타워즈’는 ‘현대 대중 문화의 경전’이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그 속에는 인종주의나 남성우월주의 등을 암시하는 상징과 기호들이 숨겨져 있다. ‘스타워즈 에피소드2-클론의 습격’(7월 3일 개봉)에 숨겨진 이데올로기를 들춰봤다.
#모두 백인의 들러리 - 인종주의
‘에피소드2’는 이전 에피소드와 마찬가지로 백인 중심적이다. 백인 이외의 다른 인종과 외계인 캐릭터는 모두 ‘들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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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인 아나킨, 아미달라, 오비원, 악역인 두쿠백작, 공화국 의장 팰퍼타인, 현상금 사냥꾼 장고 팻 등 요직에 있거나 비중이 큰 인물은 하나같이 백인 일색. 제다이 위원회의 멤버 중 흑인은 윈두(사무엘 잭슨) 한 명뿐이며 그나마 영화속 비중이 적다. 심지어 아시아계는 단 한 명도 없다.
‘에피소드1-보이지 않는 위협’편에서 처음 등장, 인종차별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외계인 캐릭터 자자도 다시 나온다. 튀어나온 입술과 검은 피부의 자자는 ‘에피소드1’에서 자메이카 억양으로 수다스럽게 재잘거려 희회화된 흑인의 캐릭터라는 비난을 받았다. 이를 의식한 듯 ‘에피소드2’에서는 자자의 신분을 의원으로 승격시키고 비중은 대폭 줄였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아들이 아버지에게 대항하고, 싸우고 마침내 굴복시키는 오이디푸스 신화는 ‘스타워즈’의 주요 모티브다. ‘스타워즈’ 전 편에 걸쳐 깔려있는 갈등의 핵심은 결국 부자(父子)간의 대립이다.
‘에피소드5-제국의 역습’편에서 다스 베이더가 자신에게 맞서는 루크에게 “내가 너의 아버지다”라고 말하는 장면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절정을 이룬다.
다스 베이더도 아버지에 맞서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 아버지 없이 자라난 아나킨(훗날의 다스 베이더)은 스승인 오비원에 대해 “내겐 아버지 같은 분”이라고 말하지만 한편으론 “오비원은 나를 질투해 내가 제다이로 더 크는 것을 막는다”며 경쟁 의식을 드러낸다. 결국 아나킨은 훗날 다스 베이더가 돼 아버지나 다름없는 오비원과 광선검을 겨누게 된다.
#여자는 차나 끓여? - 남성우월주의
‘에피소드2-클론의 습격’은 21세기에 만들어졌지만 여성을 보는 시각이나 성역할은 20세기 ‘스타워즈’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1977년)와 다름없다.
제다이 원탁회의에서 여자는 찾아 볼 수 없고, 중요한 일은 모두 남성의 몫이다. 여성은 차를 나르는 등 사소한 일을 맡는다. 예를 들어 아나킨이 어머니를 찾아 고향 타투인의 집에 갔을 때 정작 집주인인 아나킨의 새 아버지와 의붓형은 식탁에 앉아 있고, 형의 여자 친구가 차를 끓여 온다.
오비원 케노비가 찾아간 ‘카미노’행성에서도 ‘총리 각하’는 남성이고, 케노비를 총리에게 안내하는 역할은 여성이 맡았다.
여주인공인 아미달라 의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보조적이고 핵심 권력에서 먼 존재로 그려지고 아미달라도 보호해야할 나약한 대상으로 묘사된다.
영화평론가 김봉석씨는 “‘스타워즈’가 고귀한 신분의 여성이나 위기에 처한 왕국을 구해내는 중세 기사의 영웅담과 남성들이 주인공인 서부극에서 기본 플롯을 따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합(United)군 만세!
설득력있는 설명없이 공화국의 지배에서 벗어나려는 분리주의 세력을 악(惡)으로 그린 것은 1, 2차 세계대전때 연합국의 맹주가 된 미국의 이분법적 가치가 반영된 것.
김봉석씨는 스타워즈의 갈등구도가 충실하게(또는 단순하게) 역사적 사실에서 따왔다고 본다. “에피소드 4,5,6편의 주된 대립 구도인 제국군과 공화군의 갈등은 2차 대전 당시 독일군과 연합군을 연상시킨다. 심지어 제국군 의상마저도 독일군복과 흡사하다.”
‘에피소드2’에서는 분리주의자와 공화국을 유지하려는 의회의 갈등으로 전쟁이 벌어진다. 하지만 진짜 음모는 의회 내에서 벌어지는데 이는 히틀러의 나치가 의회를 장악하고 파시즘으로 나아갔던 역사와 흡사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
조지 루카스 감독은 또 ‘스타워즈’에서 민주주의를 찬양한다. 공화국 원로원 회의 장면에서 “민주주의의 포기는 곧 파멸을 뜻한다”는 대사가 나올 정도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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