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배드 컴퍼니', 킬링 타임용 볼거리 버무려

  • 입력 2002년 6월 25일 17시 40분


미국에서 통하는 여름 영화 흥행 법칙 중 하나는 “생각없이 볼 수 있는 영화여야 한다는 것”이다. 무더위로 ‘심각한’ 영화는 짜증만 더해 주기 때문이다.

제작비 7000만달러(약 840억원)를 들인 ‘배드 컴퍼니(Bad Company)’는 이 흥행 공식에 충실한 영화다. ‘배드 컴퍼니’는 미국의 CIA를 통칭하는 속어. CIA 요원인 케빈 폽(크리스 록)은 휴대용 핵무기가 테러리스트에게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바이어를 가장해 적진에 침투한다. 그러나 폽이 암살되자 CIA는 그의 일란성 쌍둥이 동생 제이크(크리스 록 1인 2역)를 10일 만에 케빈으로 ‘개조’시켜 미완의 작전을 성공시키려 한다.

이 영화는 관객의 다양한 취향을 충족시키기 위해 애쓴 흔적이 많다. 케빈과 테러리스트가 접선하는 도입부에서는 수사물이다가 뒷골목 건달인 제이크가 아이비리그 출신의 케빈으로 변신하는 과정에선 코미디로 바뀐다. 여기에 핵무기를 빼앗으려는 세력과의 싸움 장면에서 액션이 가미됐고 제이크의 여자친구가 납치되면서 멜로로 흐르기도 한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앤서니 홉킨스의 변신. ‘양들의 침묵’ ‘한니발’ ‘닉슨’에서 무게 있는 연기를 펼친 그가 CIA요원으로 야구 모자를 쓰고 껌을 씹으며 총격전을 벌이는 장면은 다소 낯설다. 그러나 이 영화의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는 “그는 섭외하기전 이 역을 자청했다”고 말했다.

이 영화에 대한 현지 평은 좋은 편이 못된다. 뉴욕타임스는 21일 “케빈과 제이크의 머리 모양이나 수염이 완전히 일치하는 등 엉성한 구석이 많다”고 꼬집기도 했다.

‘아마겟돈’ ‘진주만’ 등을 통해 흥행 감각을 보여준 제리 브룩하이머와 ‘배트맨과 로빈’ ‘8㎜’에서 감각적 영상을 보여준 조엘 슈마허 감독이 처음으로 함께 작업했다.

7월 5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감독 조엘 슈마허 "홉킨스,록과 일하고 싶어 맡았다"▼

‘배드 컴퍼니’의 감독 조엘 슈마허는 22일 오후 뉴욕의 한 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먼저 한국축구 대표팀의 월드컵 선전을 축하한 뒤 말문을 열였다.

슈마허는 주연인 앤서니 홉킨스와 크리스 록 등 두 배우의 캐스팅이 끝난 뒤 감독을 맡았다. 그는 “전적으로 두 배우와 일해보고 싶은 욕심 때문에 영화를 맡았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는 “그가 아니었다면 앤서니 홉킨스 등 주연 배우들의 개성을 살려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스토리를 재미있게 풀어내는 데 탁월하다”고 평가했다.

슈마허는 ‘배드 컴퍼니’에 대한 뉴욕타임스의 평이 ‘배드’한 데 대해 “나는 영화평을 읽지 않는다. 모두가 칭찬한다면 그 역시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영화 ‘폴링 다운’에서 한국인을 부정적으로 그려 한국에서 논란을 빚었던 그는 “한국인뿐만 아니라 미국의 마이너리티 사회를 그린 영화였다”고 말했다.

뉴욕〓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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