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개막 이후 1, 2 채널로 나눠 경기를 중계해 온 KBS는 한국과 이탈리아의 16강전은 두 채널로 동시 중계했다. 22일 한국과 스페인의 8강전, 25일 독일과 준결승전도 마찬가지였다.
이로인해 한국의 16강, 8강, 4강전 때는 지상파 3사 4개 채널이 어디를 돌려도 동일한 화면이 나오는 일이 빚어졌다.
KBS가 이에대해 “1채널이 중국 미국 등 해외 교포들이 보는 위성 방송으로 전송되기 때문에 중계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방송가에서는 KBS의 두 채널 동시 중계는 다른 방송사에 밀린 월드컵 시청률을 만회하기 위한 속셈이 있다고 지적했다.
시청률조사회사 TNS미디어코리아에 따르면 KBS2는 4일 한국 대 폴란드전에서 시청률 16.2%를 기록, SBS(18.8%)와 MBC(28%)에 밀렸으며 한국과 미국, 한국과 포르투갈전에서도 11.2과 13.7%를 각각 기록해 SBS(14.9·17.1%)나 MBC(23.9%·26.8%)에 뒤졌다. 1, 2채널 동시 중계한 16강전과 8강전에서도 두 채널을 합한 시청률이 23.4%와 20.1%에 머물러 MBC의 시청률 27.6%와 30.3%에 못미쳤다.
이로인해 KBS는 월드컵 한국전 중계 방송의 종합 시청률이 60%대로 축구를 원하지 않는 다른 시청자들의 채널 선택권을 보장해야 하는 공영성을 망각했다고 비난받고 있다. 또 KBS에서는 “1채널의 중계로 시청률이 6∼7%대로 떨어진 KBS2와 광고 계약을 취소하겠다”는 광고주를 달래느라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최영묵교수는 “편성을 바꿔가며 월드컵 시청률 만회에 나선 KBS가 해외 교포를 내세워 군색한 변명을 하고 있다”며 “적어도 KBS 1은 동시 중계가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월드컵 프로그램을 알차게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