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자, 거 쉬운 일 아닙디다〓유동근은 남성적 외모와 우렁찬 목소리 덕에 사극에서 자주 권력을 누렸다. 지금까지 사극에서 맡았던 역할은 조선 시대의 수양대군, 연산군, 태종, 대원군, 백제의 계백장군 등이다.
“최고 권력자의 역할을 하도 많이 해 남은 게 얼마 안되는 것 같아요. 이번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심정으로 열심히 했습니다.”
그는 ‘명성황후’가 역사적 고증에 충실하다는 평을 받은 반면 ‘여인천하’가 역사 왜곡논란에 사로잡혔던 것에 대해 “TV가 오락 매체니까 흥행에 신경쓸 수 밖에 없지 않느냐”고 두둔했다.
“아내의 연기는 100점입니다. 진∼짜로. 저는 거기에 비하면 발톱의 때죠.”
발톱의 때? 그는 아내에 대한 칭찬에 인색하지 않았다.
“얼굴도 왕비처럼 생겼잖아요. 여성스러우면서도 근엄하고….”
그는 현재 영화 ‘가문의 영광’ 촬영도 병행하고 있다. 조폭 가족이 딸을 명문가에 시집보내 집안의 수준을 높여보겠다는 내용. 유동근은 조폭 가문의 장남 역을 맡아 ‘근엄’과는 거리가 먼 코믹연기를 선보인다.
“이미지를 좀 바꾸려고요. 권력자로 산다는 거, 이젠 힘들어서 못하겠어요.(웃음)”
▽이제 대사 안 외워도 된다!〓전인화가 ‘여인천하’ 출연자 중 ‘암기왕’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5분 가까이 되는 대사를 토씨하나 안 틀리고 소화하는 그는 ‘암기 노이로제’가 떠오를만큼 힘들었다고 한다.
“머리가 터지는 줄 알았어요. 드라마 끝난다고 하니까 ‘이제는 대사 안 외워도 되겠구나’생각이 맨 먼저 들더라고요.”
방대한 량의 대사를 외우는데는 남편의 덕도 컸다. 전인화보다 사극에 경험이 많은 유동근은 드라마 시작 전 이 역할을 강력 추천했을 뿐 아니라 평소에 대사를 맞춰주고 발성법도 가르쳐줬다.
그가 연기한 문정왕후는 아들 명종을 등극시킨 뒤 치열한 정쟁속에 반대파를 척결하고 8년간 수렴청정한 조선왕조의 독부(毒婦)로 꼽히는 인물.
“저도 그 자리에 있었다면 살기 위해 그렇게 했을 것 같아요. 50회만 더 하면 수렴청정도 하고, 권력도 더 누릴 수 있었는데, 아깝다.(웃음)”
후반에 이르러서는 “4월에 죽은 도지원(경빈)이 그렇게 부러울 수 없더라”며 “지치기도 했지만 그래도 사극 덕분에 ‘뭐어라∼’ ‘오호!’ 등의 유행어를 만들었다”고 뿌듯해했다.
▽공주-왕자병 걸릴까봐…〓딸 서현(11)과 아들 지상(9)을 둔 유동근 전인화 부부는 그들이 출연하는 드라마를 되도록 아이들이 보지 못하게 한다.
“둘다 최고 권력자로 나오는데 애들이 말그대로 공주병 왕자병에 걸리면 어떡합니까. 괜히 애들이 우쭐해져 ‘왕따’라도 당할까봐 드라마를 못보게 했죠.”(유동근)
유동근은 스스로 자신이 “다정한 아빠는 아니다”고 말했다.
“아내가 해야 할 몫이 있고 제가 해야 할 몫이 있겠죠. 아내가 워낙 알아서 잘 하니까 사실 별로 할 것도 없어요.”
전인화는 드라마가 끝나면 ‘무조건’ 쉴 계획이다.
“아이들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주지 못한 게 가장 미안하죠. 무엇보다 추억을 많이 남겨줘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대화도 많이 하고.”
막바지 촬영이 끝나면 아이들과 여행을 다녀올 계획이라는 두 사람은 달콤한 휴식을 꿈꾸며 또 촬영장으로 향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