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기에 PD들은 직접 6㎜ 카메라를 들고 현장으로 가지만 매번 쉽지 않다. 가출 청소년 문제도 그런 사례중 하나다.
가출청소년 10만 시대. 거리에서 이틀 밤 정도 새면 적어도 한 명은 만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서울 가리봉 5거리, 보라매공원, 한강둔치, 파출소, 찜질방을 뒤졌으나 가출청소년은 없었다. 그래도 카메라를 들고 있으면 나타날 것이라고 굳게 믿고 며칠을 더 기다렸다.
우여곡절 끝에 아이들을 만났고 동행이 시작됐다. 연락처가 없는 그들은 한 번 놓치면 다시 만날 수 없어 꽁무니를 따라 다녀야 했다.
오랜 기다림. 그러나 극적인 장면은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함께 일하던 조연출에게 카메라를 건네고 그만 접기로 했다. 그때였다. 집 나온 아이를 찾으러 온 한 아버지가 딸을 보자마자 때리기 시작했다. 그 현장을 담을 수 있게 된 순간! 그런데, 아뿔싸! 내 손에 카메라가 없었다. 상황은 끝났고 카메라를 들고 있던 조연출에게 물었다.
“찍었냐? 찍었어?”
“저, 그게….”
“한번 틀어봐.”
기대와 달리 아버지의 성난 음성과 어울리지 않게 모니터에는 푸른 하늘이 찍혀 있었다.
또다시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PD가 카메라를 현장에 들이대는 이유는 단 하나다. PD가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눈으로 확인한 순간을 생생하게 전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가출 청소년 등 사회의 마이너리티를 카메라에 자연스럽게 담을 수 있는 비법 하나를 터득했다.
‘밤 새워 기다려라. 카메라를 들이대지 말고, 그들이 카메라에 이야기할 때까지.’
손희준 EBS ‘PD리포트’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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