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호러 퀸’ 하지원의 무서운 연기 ‘폰’

  • 입력 2002년 7월 18일 18시 03분


‘할리우드 따라잡기’가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연패 원인(본보 5일자 C8면 참고)이라면 공포 영화도 예외일 수 없다.

그러나 하지원 주연의 공포 영화 ‘폰’은 ‘여고괴담’부터 이어진 ‘한국형 공포 영화’의 가능성을 계속 이어간다. ‘폰’은 하지원이라는 청춘 스타를 내세웠으면서도 ‘스크림’ 등 할리우드 청춘 공포 영화와 다른 일면을 보이고 있다.

‘폰’이 내세운 코드는 ‘전설의 고향’같은 한(恨) 풀이다.

영화 상세정보동영상
예고

잡지사 기자 지원(하지원)은 원조교제를 폭로하는 기사를 썼다가 협박을 받자 휴대전화 번호를 바꾸고 친한 친구인 호정(김유미)의 별채에 머문다. 어느날 호정의 딸 영주(은서우)는 지원의 휴대 전화에서 흘러나오는 괴음을 듣고 발작을 일으키고, 이후 아빠에게 매달리는 일종의 ‘엘렉트라 콤플렉스(3∼5세의 딸이 엄마를 미워하는 증상)’를 보인다. 이에 지원은 영주가 들은 괴음이 결국 그의 아빠와 상관있다며 사건의 진상을 파헤친다.

‘폰’의 의외성은 주연 하지원이 공포의 주체가 아니라는 점. 하지원은 형사 콜롬보가 돋보기를 들이대며 “당신이 그랬지?”하는 것처럼 모든 사건과 공포의 매개체로, 관객들에게 공포의 문을 차례차례 열어젖힌다.

비록 영화 막바지에 ‘긴장의 실타래’가 삽시간에 풀려나는 느낌은 아쉽지만 공포를 순서대로 ‘변속’시키는 데는 무리가 없다. 공간을 별채와 폭우 속의 차 안으로 집중하면서 공포를 배가시킨 안병기 감독의 감각도 높이 살 만하다.

하지원은 ‘스크림’의 니브 캠벨처럼 당차면서도 ‘디 아더스’의 니콜 키드먼처럼 냉철한 이미지로 공포를 이끌어냈다. ‘귀여운 백치미’의 대명사였던 하지원을 이 영화의 제작사에서 ‘호러 퀸’으로 부르는 것에 대해 많은 영화인들이 “과하다”고 했으나 하지원은 이를 간단히 불식시켰다.

그런데 그런 하지원은 “‘가위’(2000) 등 내가 출연한 공포 영화도 혼자서는 제대로 못볼 정도로 겁쟁이”라고 했다. 나머지 배우들의 연기는 그저 그렇지만 영주 역의 은서우는 하지원만큼 좋은 연기를 보였다. 15세 이상 관람가. 26일 개봉.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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