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실제기자가 TV드라마속 문화부기자 비교해보니…

  • 입력 2002년 7월 21일 17시 28분


드라마 '인어 아가씨'
드라마 '인어 아가씨'
MBC 드라마 ‘그대를 알고부터’(주말) ‘네 멋대로 해라’(수목) ‘인어아가씨’(일일)에 신문사 문화부 기자가 주연 및 조연으로 각각 등장하면서 기자의 일상이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시청자들은 드라마속 기자를 보고 “기자는 부잣집 자식만 될 수 있느냐” “기자가 퍽 한가한 것 같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이는 드라마속 기자가 왜곡되게 묘사됐기 때문.

드라마 제작진은 특정 직업을 배역으로 할 경우, 그 직업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채 극적 긴장이나 재미만을 위해 사실과 다르게 묘사하기도 한다.

실제로 ‘그대를 알고부터’ 등을 본 기자들은 “사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고 입을 모은다. 동아일보사 문화부에서 방송을 담당하고 있는 김수경 기자와 드라마 속 문화부 기자의 생활을 비교해봤다.

▼18일 김수경기자의 하루▼

입사 3년차인 그녀는 오전 9시 출근해 취재 계획을 제출한다. 방송면 기사 작성을 위해 인터넷 다시보기로 프로그램을 모니터하고 담당 PD와 전화 통화를 하는 등 취재에 들어간다.

오전 11시 최근 방송사와 연예 기획사 유착 의혹 사건과 관련해 시민단체들이 공동기자회견을 여는 서울 시내 한 카페로 향한다. 자료를 챙기고 발표 내용을 메모한다.

낮 12시 회사로 복귀. 취재가 완료된 방송면 기사를 작성한다. 점심은 김밥으로 때운다. 관련 사진과 단신까지 챙기면 대략 1시반. 막 배달된 석간신문을 검토한다.

오후 2시 기자회견 기사를 작성한다.

오후 4시반 대장(신문을 인쇄하기 전 사전 검토를 위해 미리 만드는 지면)을 확인하고 1시간 뒤 문화부 주간회의에 참석한다.

6시반 19일자 방금 나온 초판 신문을 검토하고 30분 뒤 다른 일간지의 초판 신문이 배달되면 서로 비교 검토해 빠지거나 잘못된 기사가 없는 지 살핀다.

7시반 모처럼 부회식이 있었으나 지면을 교체할 필요가 있어 혼자 남아 다음판 마감인 9시까지 새 기사를 작성한다. 저녁은 야식으로 나온 토스트.

9시반 대중문화 팀 회의를 하고 10시부터 다음날 마감할 기사 취재와 작성에 들어간다. 퇴근은? 기약없다. 물론 매일 이런 것은 아니다. 일주일에 사나흘이 이렇다.

▼드라마 속 문화부기자들▼

실제로 많은 기자들은 사귀던 연인이 기자의 바쁜 일상을 이해하지 못해 이별한 경험을 갖고 있다. 그러나 드라마 속 문화부 기자들은 연애하느라 바쁘다.

‘인어아가씨’에 등장하는 태양일보 은예영기자(우희진)는 이제 입사 1년을 갓 넘긴 신참.

머리스타일은 방금 미용실에 갔다온 듯 하고 화장이나 의상도 톱스타 뺨친다.

예영은 항상 ‘칼퇴근’해 남자 친구(신문사 사주의 아들로 사회부 기자)와 데이트하고 등장하는 곳도 고급 의상실이나 레스토랑이다.

예영은 유명 방송작가인 은아리영(장서희)이 인터뷰를 거부하자 술이 취해 그에게 전화를 걸어 “네가 그렇게 잘났냐!”며 행패를 부린다.

‘네 멋대로 해라’에서 역시 문화부 기자 한동진(이동건)은 “이 사람은 기자”라는 홈페이지 게시판의 설명 없다면 그는 돈 많은 백수쯤으로 보일 뿐이다.

‘인어아가씨’의 이주환 PD는 “기자의 일상을 주제로 했다면 ‘편집국’이라는 제목으로 전문드라마를 찍었을 것”이라며 “드라마의 허구성이 허용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기자’의 일상을 과장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극 중 기자가 20대 후반의 ‘초년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일상이 지나치게 한가로운 것만은 사실이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